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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미투(#ME TOO)-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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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 일은 있었지만 없는 일이었다.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1991년 8월 14일, 길었던 침묵이 깨졌다. “내가 위안부 피해자요.” 할머니는 16세에 일본군에 끌려가 성노예로 지냈다고 증언했다. 셀 수 없는 담배와 술로 울음을 삼켰으리라. 그렇게 분노하는 마음이 수치심을 넘어서기까지, 꼬박 반세기가 걸렸다. 할머니의 증언은 숨어있던 많은 소녀들이 ‘나도’를 외치며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그리고 범죄를 은폐하려던 일본과 무책임하던 정부를 움직였다.

    ▼2017년 미국과 영국의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는 ‘미투(#MeToo)’였다. 시작은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였다. 유명 여배우 38명이 ‘나도’를 외치며 성폭력을 증언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에서 ‘나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미투 운동으로 번졌고, 유명 인사부터 일반인까지 수십만 명이 이에 동참했다. 이후 미투 운동을 이끈 여성들은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로 타임지 ‘2017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성범죄자들의 가장 큰 무기는 ‘피해자들의 침묵’이다. 미국의 작가 존 크라카우어는 책 미줄라에서 “강간범들은 피해자의 침묵을 이용해 책임에서 벗어난다. 침묵을 깨는 것만으로도 범인에게 강한 일격을 날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과 불합리한 구조 때문이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성폭행 피해자가 침묵하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신고하지 마십시오. 성폭력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가 ‘대한민국 미투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막말로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닌데’라는 압박 속에서 자의와 타의로 침묵하던 많은 ‘제2의 서지현’들의 증언이 잇따른다. 이들의 목소리 연대는 사회에 만연했던 성추행과 성희롱도 명백한 폭력임을 인지케 했다. 우선은 그 자각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희망은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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