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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관계- 양영석(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8-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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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100일 전 할 때는 실감이 안 나더니 어느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창·강릉선수촌에 참가 선수들이 입주하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보도진들이 속속 방한하면서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는 목적으로 개최되는 것이 올림픽이다. 1894년 근대 올림픽이 쿠베르탱에 의해 시작된 이후 올림픽은 정치적 격변과 종교적, 인종적 차별 속에서 서서히 세계 평화라는 큰 이상을 이뤄나가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도 북한의 참가로 세계 평화를 위한 올림픽 정신 구현을 기대케 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 22명, 임원 및 코치 24명으로 이뤄지며 5개 세부 종목에 출전한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성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남한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확정됐으며, 남북한 선수들은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KOREA’라는 이름으로 같은 단복을 입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한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적어도 평화 올림픽을 담보하고, 나아가 남북관계 복원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전전긍긍했던 게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햇볕정책을 다시 살리는 기회로 보기 때문이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회복하고 남북 간의 의제를 점차 스포츠로부터 이산가족 상봉으로 돌린 후 북핵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에 끌려다녀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한 남북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북한의 무례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공연 사전점검단의 방남 계획을 아무런 설명 없이 중지했다가 재개했다.

    예술단 파견경로도 합의된 판문점에서 경의선 육로로 변경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북한의 태도는 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 대규모 열병식 개최를 공식화한 것도 그렇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 군사장비나 무기체계를 과시할 경우 미국을 자극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순식간에 냉각될 가능성도 있다.

    그에 대해 아무런 항의나 경고도 못하고 넘어가는 우리 정부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북한을 달래 어떻게든 평창올림픽 참가를 성사시키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향후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북한의 문제 행동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다짐받아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갈등과 대립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에 부정적 변수가 너무 많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인정을 받으려는 북한은 대화무드를 평창올림픽에 국한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무턱대고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숨은 의도가 뭔지 잘 헤아려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양영석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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