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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밀양시민 두 번 울린 정치권-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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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치인들이 밀양을 다녀갔다. 참화를 입어 돌아가신 이를 애도하고 그 유족을 위로하며, 사고수습을 챙겨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는 볼썽사나웠다. 상가에서 싸우는 것만큼 꼴불견도 없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한다고,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민생은 뒷전이고 정치 보복에만 혈안이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쟁을 유발하는 발언들이다. 홍 대표는 “정부의 무능한 재난대책을 두고 볼 수 없다. 국회에서 철저히 추궁하겠다” 정도에 그쳤어야 했다. 엄청난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놀부 심보’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소방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여당의원의 말도 이 시점에 적절한지 따져볼 일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전 도지사였던 홍 대표를 거론한 것도 그렇다. 여당 지지자들의 처신도 다르지 않다. 네 탓만 있고 내 탓은 없다. 야당 원내대표의 말에 ‘미친 ×’이라는 극언을 쏟아낸다. 소방업무가 국가사무니 지방사무니 따지는 것도 같잖다. 여당의 책임을 외면하거나 야당으로 떠넘긴다는 인상을 준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1차적 책임은 국가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의 무한책임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나 국회 모두가 죄인이다. 죄인 된 심정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잘 마련하겠다고 말하는 게 순리다.

    대형 참사현장에는 으레 정치인들이 방문한다.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우리 당이 먼저 도착했다, 우리 당도 빠지지 않았다 경쟁하는 모양새다. 대책본부는 사고 수습보다 높은 분들 의전하느라 시간을 뺏긴다. 도움 안 되는 정쟁은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화나게 하거나 국민들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앞으로라도 정치인의 ‘보여주기’식 현장방문은 가급적 자제할 것을 권한다. 조문을 막을 순 없지만, 국회의 현장방문은 여야가 포함된 국회조사단을 구성해 이들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목민심서 애민(愛民) 편에 나오는 얘기다. 김희채라는 자가 수령으로 있을 때 큰물이 나서 산사태로 30여 리가 매몰되고, 사람이 죽고 농사를 망친 곳이 헤아릴 수 없었다. 그가 시찰하면서 말에서 내려 이재민들의 손을 잡고 같이 통곡했다. 백성들이 감동하여 기뻐하며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 정약용은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어진 마음에 있는 것이지 행정능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치질하러 왔나”는 밀양시민의 항의를 되새겨야 한다.

    재난이 있을 것을 염려해 예방하는 것이 재난을 당한 후 시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 불을 끄려다 머리를 그을리고 얼굴을 데는 수고는 미리 굴뚝을 돌리고 땔감을 불 가까이에서 치워버리는 것만 못하다. 이번에 밀양을 방문한 뒤 앞다퉈 인증샷을 올린 여야, 중앙·지방 정치인들은 소방대책을 SNS에 올리기 바란다. 책임 있는 정당,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구체적 예산을 밝혀 실현가능한 중장기 대책을 담아야 한다.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안전만 강화하자는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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