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숙이 눈을 끔벅거렸다. 기억을 더듬는 듯한 표정이다.
“언제?”
“이렇다니까. 사람들이 화장실 갈 때 다르고 올 때 달라요. 누나가 삼일그룹 비서실 다닐 때 발에 깁스 했었잖아? 기억이 안 나?”
“발에 깁스 한 적은 있었어.”
서경숙이 생각에 잠겼다. 출근할 때 오토바이와 부딪혀 발목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한동안 깁스를 하고 다녔는데 김진호가 많이 업고 다녔다.
“그때 고등학생인 내가 맨날 업고 다녔다.”
“맨날은 무슨, 어쩌다가 한두 번 업었겠지. 그리고 공짜였냐? 내가 너 용돈 팡팡 대주었을 걸. 그리고 너! 내가 이제 생각이 나는데… 너 그럴 수 있어?”
갑자기 서경숙의 언성이 높아졌다.
“뭐?”
“누나 엉덩이를 함부로 주무르고….”
말하는 서경숙이나 듣는 김진호도 얼굴이 붉어졌다. 젠장, 내가 고등학생 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때는 서경숙이 사촌 누나라도 너무 예뻤다. 김진호는 당황스러웠다.
“언제? 괜히 사람 잡지 마.”
김진호가 펄쩍 뛰었다.
“그래. 이제 와서 말하면 뭣하냐? 만진 놈이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지.”
“아이고 참말로. 처녀 엉덩이인데 안 주물러?”
김진호가 당황스러운지 피식 웃었다.
“이걸 그냥….”
“어릴 때잖아? 그냥 장난이었겠지.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그래도 야단 한 번 치려고 그랬어. 반성해라.”
“알았어. 철없는 고등학생 때잖아? 미안해 누나.”
“이자를 얼마나 줄 거야?”
“얼마나 원해?”
“51대49.”
“무슨 소리야?”
“너가 51 내가 49. 싫어? 경영권은 보장해 주는 거다.”
“투자를 하겠다는 거야?”
“그래. 자본 전액을 투자할 테니까 지분 49%를 나한테 넘겨.”
“누나 돈 많이 벌어서 뭘해? 49% 너무 한 거 아니야?”
“할 거야 말 거야?”
“6대4로 하자.”
“미국 야후 최대 주주가 누구였는지 알아?”
“개발한 사람이었겠지.”
“자금을 투자한 손정의였어. 그 바람에 전 세계의 갑부가 된 사람이고… 일본 야후는 한때 주당 1억원이 넘었었어. 손정의는 돈만 투자했을 뿐인데.”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