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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 불출악성(不出惡聲) - 나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좋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다

  • 기사입력 : 2018-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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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지 않을 수가 없다. 싫든 좋든 관계를 맺고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가까이로는 배우자, 자녀, 형제, 일가친척으로부터, 멀리는 친구, 직장동료, 동업자, 회원 등등 여러 가지 형태로 관계를 맺고 있다. 자기가 원하여 선택하는 관계도 있지만, 의무적으로 혹은 살기 위하여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관계에는 좋은 관계도 있고 나쁜 관계도 있다. 좋았다가 나빠지는 관계도 있고, 성긴 관계였다가 친밀해진 관계도 있다. 좋은 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는 많지만, 나쁜 관계가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는 항상 신중히 해야 한다. 좋은 관계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서로 항상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야 한다.

    한 번 나빠진 관계는 회복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나빠졌다가도 사과 한 번, 화해 한 번 하면 원래대로 회복될 줄 알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것은 그렇지 않다. 마치 빳빳한 종이를 구겼다가 다시 편다고 해서 원래대로 안 되는 것과 같다.

    가까이 지낸 사람일수록 관계가 나빠지고 나면 원망이 더 깊다. 왜? 상대에게 관심 갖고 기대한 바가 더 컸으니까. 원수가 되는 사람도 다 과거에는 아주 가까웠던 관계였다. 길에서 한두 번 인사하고 지낸 사람하고 원수가 될 일이 없다. 배우자, 동지, 동업자였던 관계에서 원수가 많이 생긴다.

    권력이 크고 재물이 많은 사람에게는 따르는 사람도 많지만, 원망하는 사람도 많다. 붙어서 이익을 보려는 사람은 많은데, 다 충족시켜 줄 수 없으니까.

    요즈음 텔레비전이나 언론에 나와서 자기가 모시던 사람이나 가까이 지내던 사람을 비난하고, 그 잘못된 비밀을 폭로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많이 서운하고 기분 나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해도, 그분들과 잘 지낼 때, 자기가 덕을 봤을 때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이야기할 때 그들의 표정에서 무서움을 느낄 정도다. 한때 자기의 주군(主君)으로 모신 사람의 비밀을 폭로하면서, 고소해서 죽겠다는 표정, 꼭 죽이고 말겠다는 살벌한 표정에서 폭로하는 그들의 인격이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한때 가까이했던 상대에게 원한이 맺혀 죽이려고 하는 짓이지만, 그보다 먼저 자기를 죽이는 짓이다. 지금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그들을 이용하겠지만, 누가 그런 사람을 사람으로 보겠는가?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역사책에 “군자다운 사람은 관계를 끊어도 나쁜 소리를 내지 않는다.[君子交絶, 不出惡聲.]”라는 말이 있다. 관계가 나빠졌을 때, 자기가 알고 있는 비밀을 다 폭로할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관대하게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不 : 아니 불. * 出 : 날 출.

    * 惡 : 나쁠 악. * 性 : 성품 성.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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