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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조선족’ 아니라 ‘재중교포’로 불러야-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8-0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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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상영했던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가 700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조선족이 모여 사는 서울 가리봉동의 조선족 조직폭력배 소탕을 다룬 영화다. 볼 만했다. 가리봉동뿐만 아니라 전국의 식당, 건설현장, 영세 중소기업 등 곳곳에서 쉽게 조선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중국에 있는 가족, 특히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다. 조선족은 중국에 사는 우리 민족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는 조선족을 멸시하는 경향이 짙다. 재미교포와 재일교포, 그리고 그 후손들까지 조선족처럼 대하지 않는다. 물론 1992년 한-중 수교 후 조선족이 돈을 벌기 위해 대거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한국에 사는 조선족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상하이에서 살고 있는 연변자치주 용정시 출신의 조선족 김호(40)씨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윤동주 선생이 다녔던 대성중학교를 졸업한 것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에는 한글과 중국 글이 함께 적혀 있었다. 그는 “우리 할아버지 고향이 경북 경주이고 나는 엄연한 한민족입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유독 중국에 사는 동포에게만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북한의 ‘조선인민군 군악단’ 출신인 탈북민 문성광씨는 몇 년 전 불가피하게 탈북한 후 살기 위해 중국 국적을 취득하고 중국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다. 그는 재작년에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아들의 이름을 ‘문00’으로 짓고, 법적인 절차도 마쳤다. 그는 “나는 중국에서 아무렇게나 살아도 되지만 ‘내 아이에게는 반드시 ‘문씨’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한순간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에 사는 교포는 어느 나라의 교포보다 핏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방인 신세다. 스스로 ‘끈 떨어진 연’이라고 말한다.

    중국교포 사회에서 지식인을 중심으로 스스로 조선족이라고 하지 말고 ‘재중교포’로 부르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워낙 지역이 넓어서인지 쉽게 정착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먼저 ‘재중교포’라 부르고 이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지금의 조선족 주 거주지인 만주에서 활동했다. 후손들은 그동안 중국 공산주의 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와 사고, 문화 등이 다르지만 그들 중에는 독립운동가의 자손들이 있고 일제로부터 고통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교포란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재미교포’, ‘재일교포’, ‘프랑스교포’ 하면서 중국에 사는 동포를 ‘재중교포’라 하지 않고 ‘조선족’이라고 부를까. 미국·일본·유럽 등 동포에게는 노예 근성을, 중국동포에게는 졸부 근성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조선족’은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의 하나로 중국 정부가 쓰는 말이다. 우리가 써야 할 말은 조선족이 아니라 ‘재중교포’ 또는 ‘재중동포’가 아닌가.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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