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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바다에서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 방태진(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기사입력 : 2018-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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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톨스토이의 위대한 소설에 나오는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은 진화생물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그의 저서 ‘총·균·쇠’에서 야생동물의 가축화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가축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전 세계 수백 종의 대형 초식성 야생 포유류 가운데 이미 4500년 전에 사육되기 시작한 14종 이외에는 가축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한 것이다.

    가축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을 먹이로 하고 빨리 성장해야 하며 감금상태에서도 번식할 수 있어야 하며, 성질이 거칠거나 위험하지 않을 것, 그리고 덜 예민하고 무리를 이루고 위계질서가 발달되는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야생 포유류가 최소한 한 가지 조건에서 어긋났기 때문에 가축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바다나 수중생물에 적용해 보아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세계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어류양식 총 약 5000만t 중에서 약 76%인 4360만t이 식물성 먹이를 필요로 하는 내수면에서 생산되는 종이며, 바다에서 생산되는 종 중에서도 식물이 아닌 육식을 먹이로 하는 숫자는 이보다 훨씬 적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이 법칙이 정반대로 적용된다. 전체 양식어류 생산이 연간 총 10만여t인데 이 중에서 오히려 육식을 먹이로 하는 바다어류가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내수면 어류양식을 훨씬 초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물고기를 불을 이용한 가공 상태로 즐기는 반면에 우리의 경우 고급 횟감용으로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숨길 수 없는 아픈 진실은 연간 약 8만5000t의 양식어류 생산을 위하여 자연산 어린고기가 연간 수입 10만여t 포함하여 약 50만t이 소요된다고 하니 자연의 법칙을 거스른 이러한 산업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방태진(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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