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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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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재미있는 판화미술, 생활 속으로- 채경혜(합천군 대장경사업소 행사전시운영담당)

  • 기사입력 : 2018-01-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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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화는 재미있다. 오랫동안 가르친 경험에서 볼 때, 미술인이든 일반인이든지 간에 누구든 일단 판화를 접하고 나면, 그림을 그리고 새기고 부식시키는 여러 단계의 판화작업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서양화를 전공하던 내가 판화에 빠져 지금껏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아마도 이러한 맛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지우개판화, 고무판화로만 알고 있는 판화미술은 사실은 실크스크린이나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그리고 작가들의 작품 속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판화가 흑백 이미지라는 선입감을 가지고 있다가 판화의 화려한 색채와 다양함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인쇄라는 형태를 빌려 생활 소품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고 나면 신기해하기도 한다.

    사실 인쇄를 할 수 있게 조각된 부조는 옛날부터 여러 나라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집트의 나무도장, 바빌로니아의 벽돌인장들이 그 예이다. 도장은 여러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도장이 찍힌 죄인들은 특별한 죄를 지은 것으로 인지됐으며, 동물의 주인을 표시하는 낙인은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또 로마황제나 귀족들의 반지는 영화 속에서 봤듯이 칙서나 편지를 보낼 때 봉투를 봉한 부분에 밀랍을 녹여 흘리고 반지에 새겨진 문장을 압인해 밀봉하거나, 중요서류에 압인함으로써 인주 없이 사용하는 도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목판화는 서기 1007년에 제작된 ‘보현인다라니경’이란 변상도(變相圖)이다. 변상도는 불경이 그림이나 도상으로 표현된 또 다른 모습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판화 역사는 오래됐지만, 긴 역사의 토양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중화에 그다지 성공한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판화가 엄청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때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비자금으로 떠들썩했던 리히텐시타인의 ‘행복한 눈물’ 때문이었다. 미술관 등 시민강좌에서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의 키워드가 ‘행복한 눈물’, ‘판화 가격’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그머니 웃음이 지어진다.

    채경혜 (합천군 대장경사업소 행사전시운영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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