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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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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서 건져 올린 체험의 조각들

한영순 시인, 첫 시집 ‘이브의 독백’ 펴내

  • 기사입력 : 2018-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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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영순 시인이 일상 틈 속에 존재하는 시들을 모아 첫 시집 ‘이브의 독백’을 펴냈다.

    일상은 굳어진 길을 다니는 것처럼 반복되기에 대개 망각 속에 묻고 산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눈에 익은 것들이 낯설게 다가오곤 한다. 한 시인은 낯선 길을 개척하며 건져 올린 개인적 체험의 조각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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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단 12년 만에 처음으로 엮은 책에는 1부 ‘이브의 독백’ 17편과 2부 ‘꽃잎과 아이스크림’ 14편, 3부 ‘통증’ 16편, 4부 ‘오곡리’ 16편의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 시인은 시를 풀어 놓기 앞서 책 앞머리에 “시는 두근거림과 뻔뻔함을 내게 주었다. 설렘이 다시 내게 오리라 믿는 것, 더욱 뻔뻔해지자는 것일까… 꽃 보듯, 첫 시집 예쁘게 보듬어 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절정의 순간이 있긴 있었을까/꽃잎 투명해진 얼레지가 살짝 몸을 떤다//근사한 밥 한번 사고 싶었는데/긴 신호음 너머/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틀린 번호거나//못 만나면 어쩌나//‘바람난 여인은 참으로 위대해’라는 생각/중얼거리다 아득한 봄 꿀꺽 삼켰다/이제 와서 무슨/씁쓸한 중얼거림에 봄날의 연달랫빛/쏟아져 내렸다//다시, 두근거린다/“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브의 독백’ 전문-

    그의 시는 작위적 상상력이나 그럴듯한 시적 정황을 만들어 시를 짓지 않아 진솔하다. 시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귀결점을 찾고 있다. 시집에는 표제시의 ‘얼레지’ 외에도 하늘나리, 벚꽃, 능소화, 모란, 국화, 배롱나무 꽃 등 꽃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시인은 꽃들에 집중하지 않고 시인의 기억을 불러내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다.

    신덕룡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살아 있음의 감각을 느끼는 것은 한 시인이 펼쳐놓는 세계가 지닌 친화력이 아닌가 한다”며 “개인적인 경험이나 삶에 대한 비판적 인식, 지향하는 세계가 불편하지 않고 편안하게 우리를 이끌고 있다”고 평했다.

    진해에서 태어났으며 2005년 ‘시와 비평’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마산문협, 경남문협, 현대불교문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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