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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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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61) 제22화 거상의 나라 21

“오늘 시장에 나가 볼까?”

  • 기사입력 : 2018-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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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비장한 각오를 했다. 사업은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뜻만 세운다고 이룰 수 없다.

    ‘내일부터 중요한 시장을 찾아다녀 보자.’

    담배연기를 가슴속 깊이 빨아들였다가 창밖으로 내뱉었다. 담배연기가 금세 찬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겨울비가 꽤 오네.’

    비는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왔다. 산사가 그에게 엎드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산사, 오늘 시장에 나가 볼까?”

    김진호는 산사의 등을 두드렸다.

    “어느 시장이요?”

    “홍교 시장하고 수수가 시장….”

    “갈래요. 나도 데리고 가요.”

    “그럼 아침 준비해.”

    “알았어요. 근데 중국에서는 아침은 남자들이 준비해야 돼요.”

    산사가 눈을 흘기고 일어섰다. 홍교 시장과 수수가 시장은 북경의 대표적인 시장이다.

    “홍교 시장은 진주가 좋은 게 많아요. 춘절 선물로 진주와 옷을 좀 살래요.”

    산사는 춘절 때 고향을 다녀올 생각이다. 그녀가 고향을 다녀오려면 최소한 열흘은 걸린다.

    “짝퉁으로?”

    “우리가 가져온 청바지도 있잖아요?”

    “차라리 서울에서 사올 걸 그랬어.”

    “그래도 몇 가지는 사야 돼요. 진주도 사구요.”

    홍교 시장은 진주제품이 유명하여 북경 일대에서 가장 크다.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로 먹었는데 스프도 곁들였다.

    시장은 비교적 늦게 문을 연다. 아침 10시가 지나서 산사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홍교 시장으로 갔다. 홍교 시장은 1층과 2층이 의류매장이다. 짝퉁이지만 중국의 싸구려 제품보다 오히려 질이 훨씬 좋다.

    청바지도 몇 벌 가지고 갔다. 점포마다 들러서 의류를 살피고 주인들을 만나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린 이미테이션만 취급해요.”

    “이제는 중저가 제품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홍교 시장은 누구나 이미테이션 제품을 팔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홍교 시장의 상인들은 김진호와 거래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김진호는 실망했다. 산사는 진주목걸이와 의류 몇 가지를 샀다. 서경숙에게 받은 용돈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홍교 시장을 둘러본 뒤에 수수가로 갔다. 수수가 시장은 천안문 광장 옆에 있는데 대사관이 많아서 대사관거리라고도 불렸다.

    수수가 시장은 동대문 패션상가를 본따서 대형 쇼핑몰로 새로 개장했다. 외국의 유명한 브랜드까지 입점해 있었으나 짝퉁도 많았다. 쇼핑몰로 관광객들이나 소비자들이 찾아오지만 주위에는 약 300개의 점포도 밀집해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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