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8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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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경남 속 다크투어리즘

남겨진 역사의 어둠, 빛나는 유산이 되다
전쟁·재난과 관련된 장소로 떠나는 다크투어리즘

  • 기사입력 : 2018-01-1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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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1987>이 지난 16일 기준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87년 1월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 사건부터 이한열 열사의 사망사건에 이르기까지 6개월 동안의 여정을 숨 가쁘게 담아낸 이 영화는 김윤석·하정우·김태리·유해진·이희준·박희순 등 쟁쟁한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뛰어난 연기를 펼친 점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시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을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영화 흥행 때문인지 최근 참혹한 고문 현장이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아 헌화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민주 열사들에게 끔찍한 장소로 기억되는 이곳이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장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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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포로막사를 둘러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역사교훈관광, 다크투어리즘= 최근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 유행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어두운(Dark)’이란 의미와 ‘여행(Tourism)’이 합쳐진 말이다. 죽음·재난·재해와 관련된 장소, 전쟁·학살 등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회상하거나 교육,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역사교훈관광을 일컫는다. 다른 말로는 암흔관광, 블랙스팟(Black Spot), 사거관광(Thanatourism), 그리프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불린다. 이 용어는 지난 1996년 처음 사용됐고, 2000년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래스고 칼레도니언 대학의 맬컴 폴리와 존 레넌 교수가 함께 지은 ‘다크투어리즘’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 널리 쓰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투어리즘은 해외에서 일찍부터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남북전쟁의 게티스버그 전투를 비롯해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한 그라운드 제로, 크메르군에 의해 수천명이 학살·매장된 캄보디아 킬링필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유태인 대량 학살현장인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히로시마 원폭돔이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장소다.

    국내에서도 다크투어리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장소는 제주 4·3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4·3평화공원, 강원도 고성 DMZ 박물관, 서울 독립공원(전 서대문형무소), 대구 시민안전 테마파크 등이 있다. 경남의 경우 다크투어리즘을 한 줄기로 하는 관광상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몇몇 지자체에서 간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수치스럽고 슬픈 역사이기 때문에 자칫 외면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적 비극도 우리가 품고 가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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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로들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포로막사 내부./김승권 기자/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6·25 전쟁이 낳은 아픈 기억들이 경남 곳곳에 남아있지만, 거제포로수용소만큼 그 상흔을 잘 간직한 곳은 없다. 지난 1950년 11월 27일 거제 고현과 수월, 양정 지구 360만평에 설치된 포로수용소에는 인민군 15만, 중공군 2만, 의용군과 여자포로 3000여명 등 최대 17만3000여명의 포로가 수용됐다.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간에 유혈 살상이 자주 발생했고 급기야 1952년에는 수용소 사령관 도드 준장이 포로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3년 뒤인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대부분 포로가 송환돼 폐쇄됐지만, 당시 수많은 포로 수용과 관리를 위한 건물들이 지어졌고, 포로 수용 막사를 비롯해 법무관실, 제빵공장들이 있었다. 수용소 폐쇄 후 시설 대부분은 철거됐지만, 1983년 12월 20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돼 지금은 일부 잔존 건물과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들이 재현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전쟁역사의 교육장이자 관광명소로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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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이 거제포로수용소를 재현한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크게 전쟁존, 포로존, 복원존, 평화존 등 4개로 구성돼 있으며 23개의 테마를 주제로 한 건축물들이 공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준공된 평화파크 체험시설에는 VR체험관, 4DFX영화관, 모노레일 등 최첨단 시설이 갖춰져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모든 곳을 꼼꼼하게 살펴보려면 족히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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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사건추모공원 묘역(왼쪽)과 위패봉안각./경남신문DB/



    ◆거창사건추모공원= 6·25 전쟁이 낳은 또 다른 상흔인 거창양민학살사건도 경남의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주제로 꼽을 수 있다.

    거창군 신원면 대현리 일대에 건립된 거창사건추모공원은 지난 1951년 2월 9일에서 11일까지 거창군 신원면에서 일부 국군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 당한 양민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1996년 ‘거창사건등관련자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조치법’ 제정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부지 면적만 16만2000여㎡(4만9133평)에 이른다. 이곳에는 일주문, 위패봉안각, 위령탑, 부조벽, 위령묘지, 역사교육관을 둘러볼 수 있으며 희생자들을 안장한 위령 묘지는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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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사건추모공원 묘역(왼쪽)과 위패봉안각./경남신문DB/

    거창군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거창다크투어’를 마련, 간헐적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해 거창양민학살사건의 주요 장소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갖는 탐방은 아니지만, ‘다크투어리즘’을 기반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거창양민학살사건과 같은 시기 벌어진 ‘산청·함양 양민학살사건’을 기리기 위해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에 마련된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도 기회가 되면 둘러보자.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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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내에 피난민들이 폭파된 평양의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모습을 재현한 조형물./김승권 기자/



    ★ 도내 또 다른 다크투어리즘 명소

    경남은 지역과 비교해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 6·25, 3·15운동, 부마항쟁 등 대한민국 역사에서 호국과 민주주의의 중심 역할을 해온 장소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 때문에 다크투어리즘 범주에 드는 자원이 곳곳에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합천 합천읍에 마련된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 직접 피해를 당한 이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곳이다. 1996년 처음 문을 연 이곳에는 원폭피해자들을 정기 진료해주고 간호관리, 재활관리, 다양한 심리 치료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곳에 8월 원자폭탄 피해자 자료관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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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1층 전시실은 원폭 투하의 배경과 피해상황, 이해 등 세 분야로 나눠 원폭 피해자 유품 30점과 원폭 투하 당시 상황, 국내 생존 원폭 피해자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 등을 볼 수 있으며 2층에는 원폭 피해자 구술록, 신상기록카드, 실태조사서, 각종 증빙서류, 소송자료 등 2만여 건의 문건이 보관돼 있다.



    △국립3·15민주묘지= 창원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자리 잡은 국립3·15민주묘지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독재 정권의 부정부패와 장기집권 야욕의 수단으로 자행한 부정선거에 항거하다 희생된 이들이 잠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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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3·15민주묘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애국선열의 희생정신을 선양하고 치열했던 민주항쟁의 생생한 모습을 한눈에 조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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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3·15민주묘지.



    △남해유배문학관=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유배와 관련된 정보와 문학을 접할 수 있다. 남해읍에 마련된 최초·최대 규모의 유배문학관인 이곳은 유배와 유배문학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 습득을 위한 전문 공간이다. 향토역사실, 유배문학관, 유배체험실, 남해유배문학실 등 주제별 전시관을 통해 유배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다양한 체험 전시 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사람과 자연, 문학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야외 전시, 영상, 모형 등 3차원적이며 현대적 개념의 매체를 통해 전시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주제별 전시관 사이에는 관람객이 휴식을 취하거나 관람 주제에 따른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휴식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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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유배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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