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힘을 당한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 몸이 아파 학교나 직장에서 조퇴를 하거나 사표를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신물 나게 성적을 채근당하고 실적을 채근당하고 규제와 규율이 몸을 조여 오는 벗어나고 싶은 견고한 감옥 같았던 그곳이 갑자기 평화와 안락의 처소로 바뀌는 것을, 나만 그곳에서 밀려나 외톨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나를 아프게 서럽게 하는 그곳에 내가 찾는 행복이 숨어 있고 꿈이 숨어 있다는 것을, 행복을 찾아 꿈을 찾아 때론 밤을 꼬박 지새우기도 하고 안 아픈 척 강한 척 이를 악물어보기도 하고 불의를 못 본 척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
수족관 속 열대어 무리에서 적자생존의 민낯을 봐버린 시인의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고백은 아프지만 소중하다.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의 평화(거짓평화)를 우리는 너무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런 의식도 없는 오로지 생존본능뿐인 수족관 속 열대어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하고 반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은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