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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신들이 사는 물의 도시, 앙코르와트- 채경혜(합천군 대장경사업소 행사전시운영담당)

  •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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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에 한두 차례씩은 새로운 것을 찾아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여행은 새로운 것에의 열망,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의 만끽, 낯선 곳에서 내가 가진 상식과 아집을 탈피할 수 있어서 항상 좋았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자유롭고 일상적이어서 단체로든 자유여행이든 시간이 허락되면 자유롭게 떠날 수 있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여러 유형의 여행이 상품으로도 등장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여행이 그다지 여의치 않았던 시절, 미술을 전공한 나에게는 4대 문명 발상지의 자유로운 문화유적 탐방은 말 그대로 로망이었다.

    그리고 로망이었던 4대 문명 발상지를 아직 다 돌아보지를 못했고 이제는 여행에 있어 필수적인 체력을 걱정하면서 장기여행을 위해서는 몸 만들기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여행이라 할 수 있는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가보고 싶어 했지만 그 위험성 때문에 한동안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실천에 옮겼을 때의 느낌은 감동 그 자체였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사원의 웅장함에 감동을 받기 시작해서 가까이 다가가서는 기둥과 벽면마다 새겨진 부조의 정교함에 경악하게 되고, 또 방문객이 지칠 정도로 끝없이 이어져 있는 회랑은 과연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인지 의문마저 들게 했었다. 거대한 사원 안에 조각조각 힌두 전설이 새겨진 벽화를 읽어 내다 보면 시간의 끈을 놓고 역사의 경계를 넘어 저절로 신화의 세계 속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내게 강하게 각인된 장면은 유적도 유적이지만 신화 속의 미로에 빠져 앙코르 유적지를 몇 차례씩 방문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었다.

    다 쓰러져가는 사원의 한 귀퉁이 그늘 속에서 오수를 즐기거나 꼼꼼하게 메모하고 여유 있게 책을 읽고 있는 청년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앙코르 유적지에 빠져 미로를 헤매고 있는 중일 것이다. 한 차례의 짧은 방문으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여유로움이 그들에게서 느껴졌다. 다시 한 번 기회가 되면 깔깔한 라테라이트의 감촉을 맨발로 느끼면서 나도 그들처럼 여유롭게 신화 속의 미로에 빠져들고 싶다.

    채경혜 (합천군 대장경사업소 행사전시운영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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