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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57) 제22화 거상의 나라 17

‘부자들이 아니라 돼지들이군’

  • 기사입력 : 2018-0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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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개는 석숭과 함께 서진에서 쌍벽을 이루는 부자가 되었는데 왕족으로서 지위를 이용하여 부를 축적했다. 왕개도 사치가 극에 이르러 사람의 젖을 먹인 돼지고기를 먹었다. 석숭은 그 말을 듣자 닭에게 황금가루를 먹인 뒤에 그 달걀을 먹었다.

    ‘부자들이 아니라 돼지들이군.’

    김진호는 석숭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왕개나 석숭 모두 사치가 절정에 이른 인물들이었다.

    “석숭이 갖는 의미도 중요해요.”

    “무슨 의미?”

    “부자의 의미요. 부자가 되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죠.”

    “석숭이나 왕개처럼 사치를 부리는 일?”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무슨 일?”

    “석숭은 낙양의 서쪽 금수라는 물가에 금곡원이라는 별장을 지었어요. 거기서 시인들을 초대하여 많은 시를 지었는데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게 했어요. 벌주 풍속이 거기서부터 나왔다고 그래요.”

    김진호는 석숭이 독특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남현 금곡의 골짜기 사이에 별장이 하나 있는데, 어떤 곳은 높고 어떤 곳은 낮으며 청정한 녹향이 맴돌고 숲이 울창했다, 숲에는 온갖 과일나무와 대나무, 잣나무, 약초 따위가 가득했고, 또 물레방아와 연못이 있어서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정서대장군(征西大將軍)인 왕후께서 장안(長安)으로 돌아가게 되어, 내가 손님들을 초대하여 밤낮으로 연회를 베풀어 시를 지으며 놀았도다.

    비파와 거문고, 생황과 축을 함께 연주하고 부(賦)와 시(詩)를 가지고 이별을 서술하게 하였는데, 시를 짓지 못한 이들에게 벌주로 술 세 말을 마시게 하였도다. 사람의 수명이 영원치 않고, 시들고 떨어지는 것이 언제인지 모르니 순서대로 사람들의 관호와 성명과 연기 (年紀)를 적고, 시 (詩)를 지어 뒤에 붙이니, 후세의 호사가(好事家)들은 읽어볼지어다.”

    석숭이 쓴 금곡시서의 서문이다. 석숭은 사치향락을 일삼았으면서 시를 사랑했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진의 황제가 왕개에게 거대한 산호수(珊瑚樹)를 선물했다. 석숭은 왕개가 산호수를 갖고 있는 것을 보자 화가 나서 그것을 부숴버렸다.

    “아니 이 귀한 산호수를 부숴버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왕개가 화가 나서 석숭을 노려보았다.

    “산호수가 뭐가 대단하다고 그러시오. 내 집에는 얼마든지 있으니 그보다 좋은 것을 마음대로 골라 가지시오.”

    석숭이 태연하게 말했다. 왕개가 석숭의 창고에 들어가 보자 과연 천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산호수가 가득했다.

    왕개는 그릇이 모두 황금으로 되어 있었는데 왕개는 하녀들에게 그것을 맥아당(麥芽糖, 꿀물)으로 씻게 했다.

    왕개의 사치에 대한 소문이 석숭에게 들어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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