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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입시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음식교육- 김종덕(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18-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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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만큼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나라가 없다. 자녀 교육 때문에 다른 나라에 없는 기러기 가족이 생겼고, 가족이 입시전쟁을 치르고, 자녀 교육비에 많은 돈을 쓰기에 노후 생활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교육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른바 명문 대학과 학과에 가는 것이 목표다. 대학마다, 학과마다 특성과 장단점이 있음에도, 유명 입시 학원들이 만든 대학배치표가 대학을 선택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교육에서 인성이나 창의성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고, 부모나 학생들의 경우 인성이나 창의성이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일단 명문 대학에 가는 것이 중요하고, 인성과 창의성은 대학에 가서 키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은 입시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생활에 필요한 교육, 평생 건강과 행복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음식교육은 경시되고 있다. 음식교육은 음식의 맛을 알게 하고, 음식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올바른 식사를 하도록 이끈다. 음식교육은 적게는 당사자의 영양과 건강,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필요하고, 크게는 우리의 음식 문화와 농업을 지키고, 나아가 지구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 이처럼 음식교육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에서 입시를 중시하기 때문에 음식교육 관련된 과목마저 줄이고 있다. 학부모들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고, 학교도 입시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내 명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음식교육은 가정에서도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일찍 등교하고, 학교를 파하고 학원에 가야 하는 상황에서 가정에서 자녀에게 음식교육을 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부모들도 음식교육에 소극적이다. 이른바 고3병을 입시생만이 아니라 전 가족이 치르는 사정인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음식교육을 할 가족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처럼 학교와 가정에서 음식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이 음식문맹 상태다.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좋은 음식이 무엇이고 문제의 음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식사를 중시하지 않고, 대충 한 끼를 때우는 것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정체불명의 식재료로 만든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아동 비만, 주의력 결핍행동장애 등이 크게 늘고 있다.

    음식교육의 필요성이나 기여를 고려할 때, 또 음식교육을 하지 않아 아이들에게 생기는 문제를 고려할 때 이제 학교와 가정에서 음식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입시교육 때문에 줄인 음식교육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음식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음식에 대해 바른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음식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들이 입시교육 못지않게 음식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자녀들 대상으로 음식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 음식교육을 하는 데는 교과목도 필요하지만, 학교 급식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즉 학교 급식과 연계해 음식교육을 하면 효과적이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음식을 바로 알도록 하는 데는 조리가 중요하다. 요즈음처럼 시간이 아까운 시대에 집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고, 번거로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음식준비 관련된 일을 나누고, 음식을 만들면, 적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도 가족식사가 가능하다.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음식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교육이 된다. 음식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학교와 가정에서 실효적인 음식교육이 실시되길 기대한다.

    김종덕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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