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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언어파괴- 이학수(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8-0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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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에서 신조어나 유행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틀림없이 구세대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공감하는 속도가 느려도 그렇다. SNS에서 ‘…’ ‘~’을 남용하면 노화의 증거란다. 뜨끔한 사람이 있다면, 싫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심결에, 정말 몰라서, 말줄임표(…)와 물결표시(~)를 자주 사용했다면, 이제라도 줄이는 편이 낫겠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뉴스빅테이터를 통해 최근 5년간 신조어를 분석했다. 뉴스에 등장한 신조어 상위 10개는 스펙, 멘붕, 갑질, 덕후, 먹방, 심쿵, 꿀벅지, 몸짱, 상남자, 얼짱 등이다. 10위에는 못 들어도 금수저, 흙수저, 헬조선, 혼술, 혼밥도 자주 언급됐다. 신조어는 시대상을 반영해 새로 탄생한 말이다. 신조어를 모르면 20대도 ‘아재’다. 돌아서면 나오는 신조어지만 그때그때 부지런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아재 소리를 듣지 않는다.

    신문사 뉴미디어부서는 온라인으로 기사를 유통시켜 반응을 챙기고 동영상이나 카드뉴스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다. 일하면서 SNS 말글에 익숙지 않아 부원들과 소통하는 데 더러 애로를 느낀다.

    본지의 동영상 콘텐츠인 ‘주말각’을 시작할 때도 그랬다. ‘각’의 의미를 몰랐고, 설명을 들어도 어려웠다. 신세대들이 쓴다고 언론에서 따라 쓰는 게 맞는지 고민스러웠다. 지난 연말 동영상 담당기자가 ‘김해에서 하루종일 놀아보자’를 제작해왔다. 자막으로 ‘가즈아ㅏㅏㅏ’ ‘있다규’ ‘…히’ 등이 달렸다.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았다. 요즘 그렇게 쓴다고 해서 그대로 내보냈다. 이를 시비하면 부장이 ‘꼰대질’한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언어파괴의 일등 공신은 SNS와 방송이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몇 년 전 한글날을 맞아 정부에서 방송언어 오염을 막겠다며 방송언어 청정지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국어원의 협조를 받아 비속어나 은어, 통신어, 불필요한 외래어 등 10개 항목을 반영키로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흐지부지하다. 현재 방송언어 규제기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갖고 있다. 2014~2016년 3년간의 방송언어 실태 보고서를 보면 42개 채널에서 125건의 제재를 받았다. 87.2%인 109건이 연예오락 프로그램이다. 제재 건수는 tvN 19건, KBS2TV 13건, MBC와 Mnet 9건, TV조선 8건 순이다. 방송심의규정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자막은 출처불명의 기이한 글투성이다. 의도적으로 틀리게 표기하거나 요즘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 처리하고 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PC통신 시절에 효율성을 앞세운 한글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글날 단골 기사였다. 전문가들은 세대 갈등을 유발하고 우리말이 언어로서 제구실을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언어규범을 무시한다고 다른 규범까지 무시하는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있다. 그들의 소통 방식일 뿐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하긴 지금 ‘그럼 20000’ ‘어솨여’ ‘안냐세요’를 쓰는 사람이 없긴 하다. 신조어나 유행어가 우리 사회에 보내는 경고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TV 자막의 심한 언어파괴는 눈에 거슬린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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