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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생명현상을 풀 열쇠 ‘후성유전학’- 하정임(경남과기대 양돈과학기술센터 연구교수)

  • 기사입력 : 2018-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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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는 특히 블랙 코미디와 틀을 깨는 스토리로 유명하다. 2008년 개봉한 ‘쿵푸 팬더’는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와 쿵푸를 소재로 하면서 동양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호평을 받았다. 주인공 팬더 ‘포’가 용의 전사로 낙점되어 쿵푸의 비법이 적힌 용문서를 받아서 펼쳐 보는 순간은 가장 긴장된 장면이다. 그러나 용문서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고 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Nothing”이라고 외친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1990년에 시작되어 2003년에 완료됐으며 인간 유전체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 목적이 있다. 30억개의 해독된 염기서열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를 찾아냈더니 10만개 정도 될 것으로 예측했던 유전자는 실제로 2만5000여개 정도로 초파리 유전자의 2배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개인의 DNA 차이는 전체 유전자 중 1% 내외로 나타났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발족됐을 때만 해도 쿵푸 대가의 비법 용문서와 같이 생명현상 이해와 불치병 치료에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완료되었을 당시 네 가지 종류의 염기의 반복된 서열만 얻었을 뿐이다. 말 그대로 ‘포’의 “Nothing”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다양한 표현형질은 과연 1%의 유전적 차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고전 유전학의 한계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분야로 후성유전학을 꼽는다. 후성유전학의 대표적 현상은 DNA 메틸화이며 DNA 염기서열에는 변화 없이 특정 염기서열에 메틸기가 부착되는 현상을 말한다. DNA 메틸화에 의해서 유전자의 발현이 촉진 혹은 억제되는데 이는 우리의 운명이 DNA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 생물학과 의·약학에 관련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이론이며 고전 유전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학문이다. 최근 Nothing으로부터 Something을 찾고자 하는 생명과학자들이 이러한 후성 유전학으로 관심을 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정임 (경남과기대 양돈과학기술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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