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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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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인] 김일태 경남문인협회장

“관행 벗어난 새 활력으로 반칙 없는 문단 만들 것”
언론계 근무 등 다양한 분야 활동경력
경남 문인들 전폭적 지지로 합의 추대

  • 기사입력 : 2018-01-0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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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무술년이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새 해를 보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각오를 다졌다. 경남문인협회도 마찬가지다. 경남 문학의 요람 경남문인협회는 지난달 16일 신임 수장을 선출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김일태 신임 협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 신임회장은 경남 문학의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 온 시인으로, 이번 선거에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경남문협의 수장으로서 향후 2년의 임기 동안 경남 문학계를 이끌기 위해 어떤 계획을 구상 중일까. 김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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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태 경남문인협회장이 창원시 의창구 고향의 봄 도서관 내 이원수 문학관에서 경남문인협회의 운영 방침을 밝히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문인협회 새 수장에 선출된 소감이 어떤가.

    ▲선거 없이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남문협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돼 기뻐해야 하는데도 마음이 무겁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감성과 창의성 그리고 상상력의 바탕이 되는 모든 예술의 기본으로서의 시대적 역할,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 문학은 어렵고 재미없고 딱딱한 예술, 또 타 예술 장르에 뒤지지 않고 선도해야 된다는 책무 등이 원인이다. 게다가 경남문협이 새 회장에 걸고 있는 ‘전통적으로 나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물림되어 오다시피 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젊고 활력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에 어깨가 무겁다.

    -이번 선거가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경남 문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문단 안팎의 활동경력 때문이 아닐까 혼자 생각한다. 예술계 전반으로 보면 내 예술계 활동경력이 짧은 것도, 또 젊은 나이도 아닌데 경남문학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들어간다. 또 내가 속한 시 부문 외 여러 문학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분, 문학 바깥 여러 예술 장르에서 활동한 경험, 또 오랜 기간 지역 언론계에서 근무하며 문화예술계를 지원 활동한 경력 등 복합적인 측면이 고려돼 결과적으로는 합의 추대하는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역시 오랫동안 경남문협 회장에 뜻을 두고 열심히 준비했던 몇몇 유능한 문인들이 흔쾌히 양보하고 배려해 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경남 문단의 각종 사업이 연례행사 처럼 치러지는 등 해결과제가 산적하다고 들었다.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문학행사가 ‘그들만의 행사,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문인들이 본인들도 재미없고 유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관행적으로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독자와 도민들을 위한 ‘수요자 중심’의 발상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문학인들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발상에 충실하다는 것이 내부적 변화와 함께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예상케 한다.

    이러한 문학사업의 현주소에도 불구하고 문학이 갖는 본연의 가치인 인간의 내면을 값있게 가꾸는 근원적인 사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016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문학진흥법이 그 대표적 이유다. 예술소비시장은 철저히 효용가치 중심이고 소비가 없는 예술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작품이 안 읽히고 안 팔린다고 소비자를 원망할 수도 없다.

    그러한 이유로 문협은 문학이 ‘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이 되기를 중장기 목표로 세우고 예산 확보를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사업화해야 한다. 또 지역적 상관성이 있는 사업은 지자체와 협력하고 사회 공헌적·공익적 사업은 기업 등 민간 차원의 지원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문학의 생산과 소비를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경남문학관의 불분명한 소유주체와 열악한 운영 환경도 해결 과제가 아닌지.

    ▲경남문학관은 전국의 여타 문학관의 일반적 관행과는 달리 토지와 건축물, 운영주체가 모두 다른 특이한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경우 경남문학관의 필요성에 문제 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선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나는 새로 선임된 유능한 관장과 머리를 맞대서 경남문학관이 중요한 역할인 자료보관 및 연구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아카이브 기능과 문학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를 위한 아카데미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독립적 운영은 하되 경남문협과 상생 발전하기 위한 협력 시스템을 가동하려 한다.

    경남문협과 공동으로 또는 독자적으로 여러 공모사업에도 참여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문학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생활문학활동’을 지향하는 행사를 열 것이다. 또 자구 노력을 통해 작게는 창원시의 주요 관광지에 포함시켜 관람객들을 배려하는 일부터 미래지향적인 학술행사에 이르기까지 문학관의 가치 확대를 위해 힘쓰겠다.

    -경남문인협회는 타 지역에 비해 사업 기획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방송계에 있을 때 다양한 문학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사업 확장 혹은 기획 계획이 있나.

    ▲우리 경남의 문단에는 예술 작품의 생산과 소비의 중간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기획자가 타 예술장르에 비해 거의 전무하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가 요구하는 신규 사업 발굴과 기획이 어려워 사업을 다각화하지 못하고 문인들도 재미없어 하는 관행적 연례 사업에만 집중해 왔다고 본다.

    회장 출마를 권했던 많은 분들이 문단풍토를 바꾸라고 주문을 했다. 혁신은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것들의 융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경남문단이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존재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게 만만치 않겠지만, 유사사업 수행 경력 없이도 가능한 사업발굴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국제문화예술교류와 타 예술 장르와의 교류사업 등을 통해 차기 집행부에서나마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그 자격을 만들어 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동안 협회장으로서 목표와 문인으로서 목표가 있는가.

    ▲경남문협 회장이 되고 나서 문학 소비자들과의 벽과 예술장르끼리의 벽, 지자체와의 벽, 문협 내 장르끼리의 벽 등 몇 가지 벽을 일찍부터 실감한다.

    문협은 여러 기관 단체 중 가장 순수해야 할 예술단체인 만큼 ‘특권과 반칙이 없는 문단 만들기’를 목표로 두고 지금까지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쌓았던 실무경험을 토대로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2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무조건 해내겠다는 장담은 어렵지만 너무 신중해서 시도조차 못해보는 것보다 겁 없이 한번 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3년 전 근무하던 언론사를 정년퇴직하면서 세운 목표가 ‘참 많은 일을 해온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앞으로는 책임져야 하는 일을 가능한 한 맡지 말자’였는데, 회장이 돼서도 시 쓰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유유자적하는 일과 즐기는 시간은 한시적으로 미뤄야 될 것 같다.

    이한얼 기자

    ☞ 김일태 경남문인협회 회장은?

    창녕 남지 출생으로 경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98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부처고기, 적묵의 뒤편, 코뿔소가 사는 집, 바코드 속 종이달, 어머니의 땅, 호박을 키우며, 그리운 수개리, 오동나무에 걸린 새벽달 등 개인 창작 시집 8권을 발간했다. MBC경남 방송사업국장, 특임국장, 창원예총 회장, 창원문협 회장을 역임하고 경상남도문화상, 김달진창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사)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과 이원수문학관 관장,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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