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설가의 꿈을 접고 있었습니다. 몇 년간의 낙방으로 소설가의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지요. 어쨌든 쓸 만큼 썼고 쓰고 싶은 걸 썼으니 굳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작품이지만 괜찮다,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미련 때문이었을까요. 써두었던 작품을 꺼내 손을 보고 아무런 기대도 없이 투고를 했습니다. 거짓말처럼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철모르고 글을 쓸 땐 글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이제 그런 믿음은 없습니다. 다만 소설이란 게 팍팍한 삶에 작은 위로쯤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도해 주신 이복구 선생님, 이순원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되고 외로운 길을 함께 걸어와 준 문우님들. 나의 유년을 고스란히 함께했던, 어쩌면 내가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을 나의 친구들. 재미없는 소설 읽어내기가 힘들었을 텐데 단 한 번도 마다하지 않고 늘 첫 독자가 되어 준 연정 샘. 내겐 언제나 따뜻했던 순선 언니. 지혜롭고 현명한, 나의 든든한 지지자 상진이 형부. 소중한 나의 가족들. 고맙습니다. 얼굴 마주 보면 살갑다가도 돌아가고 나면 서먹해지고야 마는, 아직은 나 혼자만의 짝사랑인 나의 일곱 살 난 늦둥이 조카 성수, 성수야, 이모 상 받았다. 제 소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 주신 두 분 심사위원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지각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 김지원 씨 △1978년 진해 출생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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