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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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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터베리 이야기- 중세 순례자들이 들려주는 ‘희로애락’

‘영문학의 아버지’ 제프리 초서가 쓴 고전
대성당 순례자 31명이 벌이는 ‘이야기 내기’

  • 기사입력 : 2017-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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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문학사의 정점에 서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대문호다. 우리에게 그의 이름은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하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 사람이 없었다면 셰익스피어는 탄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는 바로 ‘영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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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서가 살았던 14세기 영국은 아직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언어와 문학에 있어 지도자들은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했고,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프랑스어나 라틴어로 쓰였다.

    그런 상황에서 초서는 오로지 모국어인 영어로만 글을 써서 영어의 문학적 지위를 향상시킨 것은 물론, 영어의 초기 발전과 영문학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토머스 칼라일(Thomas Carlyle)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라고 말한 셰익스피어의 문학은 초서의 작품들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는 문단의 평가가 있을 정도이니 그가 영문학 발전에 끼친 영향력을 짐작할 만하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그런 초서 문학의 정점에 서 있다. 영문학사 최초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 유럽 문학의 새 시대를 여는 작품으로, 중세 영국의 사람과 생활, 문화, 예술, 역사를 비롯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1387년 집필을 시작해 1400년 초서의 사망으로 중단된 이 책은 성 토머스 베켓의 성지인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가는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서로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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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터베리로 떠나는 순례자들의 모습.

    31명의 순례자가 토머스 베켓의 묘소를 참배하고, 기도하기 위해 캔터베리로 떠나기 전에 타바드 여관에 모인다. 여관 주인은 그들에게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그들이 말을 타고 캔터베리 대성당까지 순례 여행을 갔다 오는 동안 순례길의 재미를 위해 이야기 내기를 벌여서 가장 좋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에게 한턱내기로 한다. 그들은 여관 주인의 제안으로 순례길에 각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상위 계급에 속한 사람에서부터 하위 계급에 속한 사람까지 다양한 계층을 구성하며, 순례라는 공통의 목적으로 모인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한다.

    순례자들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음탕한 것에서부터 도덕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로우며, 중세 영국의 생활상과 인간의 희로애락이 풍부하게 반영돼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 편의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유머와 리듬감, 아이러니와 깊은 통찰력, 그리고 세세하고 생생한 묘사는 독자의 흥미를 끊임없이 자극해 마치 독자가 캔터베리 순례자의 한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을 준다.

    근대 영시의 창시자인 제프리 초서는 1340년 영국 런던에서 연줄 좋고 부유한 주류상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고전교육을 받은 뒤 국왕 에드워드 3세의 궁정 시동이 됐다. 그는 성장해 군인, 정치가, 관료 등의 공직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궁정시인으로서 당시 유력자들과 교유하기도 했다.

    그는 외교사절로 몇 차례 이탈리아에 가기도 했는데, 거기서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의 작품을 접해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 이탈리아 작가들의 영향은 초서가 적어도 20여년 동안 간헐적으로 집필해온 걸작 <캔터베리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다. 초서의 작품들은 그의 다양한 경력으로부터 얻은 현실주의적인 인간관이 잘 드러나 있으며 중세유럽문학의 기념비적인 저작들이 됐다. 400년에 죽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안치됐다.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현대지성 펴냄, 1만6000원.

    양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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