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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실패 않는 저출산 대책 - 서영훈(부국장대우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1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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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난달 출생아 수가 10월 기준 역대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세계 최저 수준인 1.17명에서 올해에는 이보다 더 떨어진 1.06~1.07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저출산 기본계획으로 200조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 저출산에다 급격한 고령화까지 겹치는 판이니, 국가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 기조가 장기화되자, 어느 농어촌 자치단체는 언제쯤 사라지고 심지어 2305년께에는 한국인구가 소멸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을 하기도 한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국사회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인구의 역동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하나 마나 한 말일 뿐이다. 이런 유의 예측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될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구 소멸론이 나온 게 벌써 10년 전인데, 이후 저출산 문제는 더욱 꼬여 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농어촌 어느 자치단체는 행정구조 개편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 자치단체장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재앙이겠지만, 이 또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자치단체라는 ‘형식’은 사라지겠지만, 지역사회라는 ‘내용’은 온전히 남을 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사회가 건강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나라 전체 차원에서의 인구 감소는 자치단체 차원의 인구 감소와는 또 다르다. 한 나라의 인구가 크게 줄었다고 자치단체의 경우처럼 인접한 국가와 합병하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구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인구’는 서서히 다소 증가세를 보이면서 놀라운 복원력을 발휘할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에 10여년 앞선 일본이 이제 청년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기조가 10~20년 더 지속될 수는 있어도 나라가 없어지는 그런 상황에 이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시기 한국사회에서 청년 구직난이 청년 구인난으로 바뀌고, 청년 노동자 부부의 생활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다면, 그들이 출산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저출산 원인으로는 OECD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이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만날 사무실에서 공장에서 일하기 바쁘니 육아에 쏟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노동시간을 노동자 개개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고, 그런 구조라고 하더라도 생활비 부족 때문에 노동시간을 스스로 줄이기 쉽지 않다. 출산하고 육아하는 책임이 주로 여성에게 주어지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와 관련하여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또한 지나치게 과중하다. 여기에다 교육비를 포함한 높은 자녀 양육비를 생각하면 출산의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

    저출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리 우려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 기간 동안은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실패 없이 실행하려면 당연히 국가가, 지역사회가, 특히 기업이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서영훈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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