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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데이트 폭력 근절을 바라며-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1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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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폭력이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어느 학교에서든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있었다. 남자 중·고등학교의 경우 영화 ‘친구’에 나오는 교사의 폭력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시험을 본 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틀린 개수만큼 몽둥이를 휘두르는 교사도 있었고, 학습 준비물을 갖춰 오지 않았다고 한 시간 내내 벌을 세운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후배는 선배에게 깍듯이 대해야 했고, 대학 신입생 때 기수별로 얼차려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구나 군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사회 전반적으로 폭력이 만연하던 시절이 꽤 오랬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폭력이 줄어든 느낌이다. 아마도 군대와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한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확산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추세에 반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데이트 폭력’이다. 2015년 공식 집계로 하루에 평균 20건 정도, 연간 7500건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데이트 폭력은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데이트 폭력의 문제점은 서로 교제하는 연인 사이에서 ‘사랑’을 빙자해 일어나는 폭력사건이다 보니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신고가 저조하고 노출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또한 연인이라는 관계의 특징상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재범률 또한 약 76%로 높은 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현직 프로야구 선수가 여자친구 얼굴에 주먹질을 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선수는 여자 친구가 이별을 고했다는 이유로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릴 때 체벌을 받으면 커서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 정신과 제프 템플 교수팀은 이른바 ‘훈육’ 목적으로 막대기나 손바닥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의 체벌을 경험해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사람은 나중에 폭력성을 띠는 경향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체벌 경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평균 29% 높았다. 연구팀은 “이는 아동학대를 경험했든 아니든 간에,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만 해도 자녀가 성인이 되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체벌을 통해 갈등과 분쟁을 푸는 방법이 ‘신체적 처벌’이라고 배운다면 나중에 친밀한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이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한 집에 보통 자녀가 1~2명밖에 없다. 그만큼 모두 귀하게 키운다. 딸 아이를 둔 부모의 한 사람으로 언론에서 ‘데이트 폭력’이란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곱게 키운 자녀가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마침 최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인 함진규(시흥갑) 의원이 데이트폭력 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를 정해 데이트폭력 범죄를 예방하는 내용의 ‘데이트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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