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37)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53

“아주 푸짐하네요”

  • 기사입력 : 2017-12-15 07:00:00
  •   
  • 메인이미지




    거리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사람들의 표정이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잠깐만요.”

    “왜요?”

    “기사에게 퇴근하라고 할게요.”

    서경숙은 최명수에게 전화를 걸어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자상한 사장님이네요.”

    이민석이 지켜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눈도 오는데 일찍 보내주어야지요.”

    서경숙은 최명수와 통화를 끝내고 이민석의 팔짱을 끼었다. 그들은 남대문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다.

    “무슨 음식을 좋아해요?”

    “가리는 거 없습니다. 이쪽에 맛집 없습니까?”

    “오향장육을 맛있게 하는 중국집이 있어요. 중국 음식 괜찮아요?”

    “좋지요. 오향장육에 고량주라….”

    이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서경숙은 이민석을 데리고 근처에 있는 중국집으로 갔다. 간판은 <소오강호>로 김용이라는 중국 작가의 무협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중국 영화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룸에 들어가 앉자 눈 내리는 거리가 내려다보였다.

    중국인들은 구들에 앉지 않는다. 식사도 식탁에서 하는데 한국에 있는 중국집은 구들을 만들어놓고 있다.

    전복 스프, 오향장육, 고추잡채, 양장피 등과 고량주를 주문했다.

    “아주 푸짐하네요.”

    이민석은 기분 좋은 표정이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서경숙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진작 만나고 싶었는데 바쁜 것 같더라고요.”

    “재단 설립 문제 때문에 공부하느라고 그래요.”

    “청와대도 그만두고….”

    “원래 제가 있을 곳이 아니었어요.”

    이내 전복 스프가 먼저 들어왔다. 고량주를 따라서 한 잔씩 마시고 스프를 비웠다.

    “재단 설립 문제는 잘 돼 가요?”

    “아직 준비 단계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종업원이 오향장육을 들여왔다. 오향장육 특유의 팔각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어려운 점이 많겠네요.”

    “처음 시작이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그쪽은 어때요?”

    “큰 문제는 없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안보 개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걱정스러워요.”

    이민석은 군인이다. 몸은 각이 저 있고 정신은 보수적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야권이나 정치인들이 입도 벙긋 못하는 것 같아요.”

    “중국에 대해 나쁘게 말하면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지요.”

    안보 이야기를 하자 이민석이 열변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중국을 비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세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