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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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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36)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52

“어머, 눈이 많이 온다”

  • 기사입력 : 2017-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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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원생들은 연구를 많이 한다. 금융 쪽에서도 연구하는 대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이 더 낫지 않아요?”

    “일단 대학원생들에게 아이디어를 구해 보고 교수들을 접촉하지요.”

    “네 그렇게 해보세요.”

    서경숙은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신문은 분명 사양산업이다. 전국지로 명성이 높은 신문들이 독자들이 계속 떨어져 나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뉴스를 차분하게 접할 수 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금세 어둠컴컴해지더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눈이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윤희진이 환성을 질렀다. 사무실에는 이미 재단 창립 멤버들이 다섯이나 되었다. 홍성진은 변호사 사무장 출신, 신명진은 은행 차장 출신, 윤희진은 저축은행 대부계 출신, 김소영은 대기업 홍보부 출신이었다.

    “어머, 눈이 많이 온다.”

    김소영도 아련한 눈빛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서경숙도 신문을 보다가 창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눈이 온다는 것은 겨울이라는 증거고, 겨울이라는 것은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눈이 오면 우리 어릴 때는 골목에 연탄재를 뿌렸는데….”

    “지금은 염화칼슘을 뿌려요.”

    홍성진과 신명진이 잇달아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창가로 왔다. 차량과 인파로 붐비는 거리에 눈이 내리는 모습은 신이 축복을 하는 것 같았다.

    “많이 오네.”

    “내일은 빙판길이 되겠어요.”

    눈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다. 이민석이 1층 현관에 도착한 것은 5시 30분이 되었을 때였다. 전화를 받자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반가워요.”

    이민석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군인이라 허리가 꼿꼿하고 자세가 단정했다. 서경숙이 활짝 웃으면서 손을 잡았다. 이민석은 사복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 아웃도어 품속을 뒤지더니 무엇인가 꺼냈다.

    “뭐예요?”

    “모자요.”

    이민석이 털실로 짠 모자를 서경숙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따뜻하다.”

    서경숙은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남자에게 이런 배려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택시정류장 앞에서 샀어요. 경숙씨 눈맞을까봐.”

    이민석이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눈이 내리자 우산을 쓴 사람들이 많았다. 옛날에는 아무리 눈이 내려도 우산을 쓴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서경숙은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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