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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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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1% 기적] 얼음장 집에서 겨울나는 신애네

화재로 집 잃고 빚까지 떠안아 생계 ‘막막’
냉난방 시설 없는 컨테이너 집서 생활
정부보조금 받지만 거의 빚 갚는데 써

  • 기사입력 : 2017-12-1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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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를 앞둔 지난 11일 오후 신애(18·가명)네 가족은 집 안에서도 두터운 패딩을 입고 있었다.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에는 냉난방 시설이 따로 없어, 방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신애와 엄마(37), 그리고 막내 동생(11)은 찬 바닥을 피해 전기매트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신애네 가족의 추위는 4년 전 겨울부터 시작됐다. 이때 가족은 화재로 집을 잃었다. 화재 당시 집에는 신애와 여동생 둘만 있었다. 둘은 맨발로 뛰쳐나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추위에 떨었다. 신애는 ??불길은 무섭고, 발은 시리고, 동생은 울고, 정신이 없었어요??라며 ??근처 고모집으로 갔더니 고모가 양말 신겨주고 털신도 신겨줬어요??라고 당시를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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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애와 막내동생, 엄마가 추운 집안에서 외투를 입고 앉아 있다.


    이 불로 신애네 가족은 가지고 있던 모든 살림살이를 잃었다. 대신 1000만원의 빚을 얻었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신애 아빠(58)는 싸움소를 키워 파는 일을 했는데, 키워주기로 한 소가 화재로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부채를 탕감키 위해 캐피탈 대출을 받았지만, 오히려 생활비 등으로 2000만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신애네 사연을 전해들은 해당 지자체에서 임시로 지낼 수 있는 컨테이너를 지원했고, 그때부터 신애네는 방 1칸, 부엌이 달린 컨테이너에서 살았다. 화장실은 집 밖에 있어, 막내동생은 밤에 화장실 가는 일이 곤욕이다.

    신애네 가족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여동생 둘, 그리고 초등학생인 막내동생까지 모두 6명이다. 하지만 가족이 한달에 사용할 수 있는 고정적인 생활비는 30만원에 불과하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정부보조금으로 매달 130만원을 받지만, 캐피탈 대출을 상환하는 데만 매달 100만원씩 든다. 아빠가 고물줍기로 월 20~50만원 가량의 수입을 얻지만, 만성 기관지 질환을 앓는 아빠가 아프면 이 수입은 곧바로 사라진다. 최근에도 아빠는 감기몸살로 10일 간 일을 하지 못했다.

    엄마도 일을 하고 싶지만 녹내장과 허리질환, 당뇨, 환청 등의 만성질환으로 근로가 어려운 상태다. 다행인 점은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여동생 둘은 학교에서 기숙사·급식 비용을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활비만으로도 버거운데 신애와 막내동생은 지금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시기다. 신애는 지난해부터 허리통증을 호소해 검사받은 결과, 척추 측만증 진단을 받았다. 비틀린 골반 탓에 같은 자세로 오래 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100만원이 훨씬 넘는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아 아직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 막내동생도 지난해 췌장염 진단으로 1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아픈 신애의 꿈은 소박하다. 가족들과 수학여행으로 갔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것. 신애는 "엄마, 아빠가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봤거든요"라고 수줍게 이유를 설명했다.

    엄마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애들을 학원에 보내고 싶어요"라며 "나는 어렵게 살았어도, 애들은 기술이든 공부든 더 배워서 어렵지 않게 살았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글·사진=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후원 문의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남지역본부 ☏ 055-237-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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