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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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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35)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51

“어떻게 지내세요?”

  • 기사입력 : 2017-1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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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돈은 많은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

    윤사월은 오전에 나왔다가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갔다. 서경숙을 집에 데리고 가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남자없이 잘 지내? 재혼은 안 할 거야?”

    하루는 윤사월이 눈웃음을 치면서 물었다. 눈은 작고 몸집도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 몸집도 왜소해지는 모양이다.

    “이제 와서 새 남자 뒷바라지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서경숙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남자를 만나도 같이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 없이 지내는 밤이 쓸쓸하지는 않아?”

    “남자가 전혀 없지는 않아요. 가끔 만나기는 해요.”

    “어떤 남자야?”

    “그냥… 나에게서 위안을 얻으려는 남자죠.”

    “자네는?”

    “저도 그 남자에게 위안을 얻고요.”

    “그래. 그렇게 살아야지. 수절할 필요는 없어.”

    윤사월이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윤사월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남자가 그리워졌다. 여자도 느닷없이 욕망이 일어날 때가 있다.

    서경숙은 회현동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회현동 건물은 이춘식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부동산 중 하나로 15층 건물이다. 사무실 창으로 남대문 시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어떻게 지내세요?”

    이민석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경숙은 서민 금융에 대한 논문을 읽고 있었다. 인도의 서민 금융에 대한 것이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쪽은 어때요?”

    이민석과 포천에서 지낸 밤이 떠올랐다. 그를 생각하자 몸이 더워져 왔다. 윤사월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몸이 더워졌는데 때마침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저도 변함없습니다. 오늘 눈이 온다고 하는데 저녁 식사 같이 할래요?”

    “좋아요.”

    서경숙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눈이 온다고 그랬다고? 그러고 보니 하늘이 잿빛이다. 서경숙은 이민석과 데이트를 하고 그와 뜨거운 밤을 보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의자에 앉아서 석간신문을 펼치는데 입언저리에 미소가 감돌았다.

    “위원장님, 좋은 일 있습니까?”

    홍성진이 서경숙에게 물었다. 그가 입은 회색 양복이 잘 어울렸다.

    “네. 친구가 저녁식사하자고 하네요.”

    이민석을 친구라고 둘러댔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죄를 지은 기분이다.

    “서민금융 말입니다. 대학원생들을 고용해서 자료 조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들에게요?”

    서경숙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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