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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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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진의 역설- 김주용(창원대 박물관 학예실장)

  • 기사입력 : 2017-1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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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경주지진의 진앙지에 계시는 부모님으로부터 70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흔들림으로 담벼락이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추석날 고향인 경주에서 ‘쿵’ 하면서 흔들린 여진으로 2살 막내가 자다 놀라 울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신라시대 경주에서 지진으로 100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기록도 있고,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수많은 지진과 액상화 현상, 해일 기록도 남아 있다. 세종실록에 의하면 세종대왕은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에 특히 많다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진이 많은 곳임에도 경주는 천 년 동안 신라의 수도였고, 부산, 대구, 울산, 포항 등은 공업단지, 물류중심지, 관광지로 크게 번성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지진과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캘리포니아, LA, 도쿄 등도 세계적인 도시가 됐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연재해가 많은 강과 바다를 끼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 문명은 식량을 얻고 교역하기 좋은 강과 바다를 끼고 태동하였고, 치수(治水)를 통해 자연재해를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즉 인간은 일시적인 지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감수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살 만한 가치, 경제성이 있는 곳에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쓰촨성 대지진, 고베 대지진, LA 대지진 등의 사례를 보면 지진이 일어났을 때가 경제성장률이 더 상승했다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있다. 지진의 손실보다 재건 과정에서 사회 인프라에 투자가 확대되고 내수가 진작되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포항에서 지진으로 철거가 결정된 아파트의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아마도 내진설계가 강화되고, 소방방제시설 등의 사회 기반시설이 늘어나 이곳이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할 것임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지진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충분히 자연재해를 극복해 왔다. 다만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잊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리 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자연재해 극복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김주용 (창원대 박물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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