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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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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30)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6

“보통 집에다가 묘지를 두지 않는데…”

  • 기사입력 : 2017-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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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인이 아침 8시였기 때문에 더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강진까지 갔다가 온 피로와 술기운 때문에 피로했다. 서경숙은 이튿날 아침 일찍 이춘식의 장례식장으로 갔다.

    “아침 먹었어?”

    윤사월이 뜻밖에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식장에는 임준생과 진영숙, 임진규를 비롯하여 국회의원과 재계 인사들까지 두루 참석했다. 서경숙은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임준생에게는 오랫동안 손을 잡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대학교수라는 사람의 추도사에 이어 운구가 윤사월의 집으로 갔다. 진영숙이 윤사월의 손을 잡고 부축했다.

    “운구가 왜 집으로 가는 거죠?”

    임진규에게 낮게 물었다.

    “장지가 집입니다.”

    “네에?”

    “윤 회장님이 집 뒤에 모시기로 했어요. 윤 회장님이 돌아가신 뒤에는 함께 화장을 해서 강에 뿌려달라고 했구요.”

    “네에.”

    “특이한 일이죠?”

    “왜 무덤도 남기지 않는 거예요?”

    “대신 아름다운 뜻을 남기잖아요? 아름다운 향기는 만년을 간다고 했습니다.”

    서경숙은 감탄했다. 윤사월의 집에 이르자 묘혈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관을 하고 비석을 세웠다. 윤사월은 봉분도 만들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나를 놀라게 하는 사람들이구나.’

    비석이 세워지자 윤사월이 참석자들에게 막걸리를 돌렸다.

    “어떻게 장지를 집으로 하셨습니까?”

    막걸리를 마신 임준생이 윤사월에게 물었다.

    “뒷문을 열면 바로 영감님을 보려고요.”

    윤사월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보통 집에다가 묘지를 두지 않는데….”

    “유럽은 더러 있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이웃에서 뭐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가 얼마나 살겠어요? 내가 죽으면 같이 화장을 할 거니까 상관이 없어요. 임 회장님은 인생을 즐겁게 사세요.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연애도 하고….”

    윤사월이 임준생에게 말했다.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임준생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관에 참석한 사람들은 윤사월의 집에서 점심까지 먹고 돌아갔다.

    “하관식이 아니라 무슨 잔치를 벌인 것 같네요.”

    진영숙이 눈웃음을 날리면서 윤사월 옆에 앉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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