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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차량운전자의 의학적 업무적합성평가 있어야- 이철호(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원장)

  • 기사입력 : 2017-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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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일 장유에서 창원방향의 창원터널 앞에서 드럼통에 유류를 싣고 달리던 5t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폭발하면서 8명의 사상자(3명 사망)가 발생했다.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는 76세의 노인이었고, 이 운전자는 이전에도 4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고 한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하는 교통사고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4년 2만275건, 2015년 2만3063건, 2016년 2만4429건이었다. 사망자 수 또한 2015년 815명, 2016년 759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고령으로 인해 일반적인 사고 감지력이나 반응속도가 늦은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와 무관하게 운전자가 질병으로 인한 기능저하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뇌전증(간질)으로 진단받은 운전자가 약물복용을 하지 않아서 발작하는 경우, 당뇨환자의 저혈당 증상으로 인한 무감각증이 발생하거나 고혈당성 케톤증으로 의식소실이 발생한 경우, 협심증이나 뇌혈관성 질환으로 인한 정신기능의 소실 등이 발생하는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질병으로 인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때 질병에 대한 자가기입식 정보수집을 하지만 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사람이 표기하지 않는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다. 질병이 있다고 표기하더라도 운전면허증 발급을 위한 적합성평가의 원칙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경우 항공기 조종업무의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엄격하다.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행업무 능력을 평가받는 비행 시뮬레이션 평가와 항공신체검사의사에게서 받는 의학적 평가에서 적합 평가를 6개월마다 받아야 한다. 그 업무의 위험성이나 업무의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비행기 조종사와 운전자에 대한 업무적합성 평가를 동일한 방법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개념은 동일한 수준에서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운전면허시험에서 검정하는 것이지만 운전사고의 위험성에 따른 건강 정도를 판단하는 경우에는 운전의 공공성이나 위험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가용 운전자보다는 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나 택시 운전기사, 위험물 적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의 건강수준을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업무적합성 평가는 ‘해당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당해 노동자 및 동료(혹은 차량 탑승자 등)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당해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업무적합성 평가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업무(운전)로 인해 당해 노동자가의 건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료(차량 탑승자)의 건강 및 안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해당 노동자가 신체적·심리적으로 해당 업무(운전)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기능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버스나 택시기사 그리고 위험물적재차량 기사에 의한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는 운전기사의 질병이나 건강상태를 주기적(입사할 때와 그 이후 매년 1회 이상)으로 살펴 운전의 적합 여부를 의사(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철호 (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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