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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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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27)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3

“무슨 이야기를요?”

  • 기사입력 : 2017-1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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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식에 대한 이야기는 임준생에게 잠깐 들었다. 그러나 그가 선생으로 불릴 줄은 몰랐다. 단순하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이춘식 선생은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자는 아니고요.”

    사회주의자라는 말에 싸한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책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사회주의자들에게는 큰 스승이었던 모양입니다.”

    “왜요?”

    “정부의 탄압이 심해서 사회주의 운동은 안 했지만 그들을 후원했어요. 감옥에 간 사람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고… 가족들을 돌봤지요. 변호사 비용도 대주고… 이춘식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은 이미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의원님은 곁에서 지켜보았으니 이춘식 선생이 어떤 분인지 알겠네요?”

    임진규는 윤사월의 회사에서 오랫동안 변호사로 일을 했다. 그들 부부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천상 선비입니다. 그분의 소망이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싶다고 했지요.”

    “기이한 일이네요.”

    서경숙은 이춘식을 본 일은 없지만 그가 갑자기 큰 인물로 보였다. 군사문화시절 사회주의자들을 돕는 일은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지나간 시대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일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은 이미 사회주의 정당이 국회의원까지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사형을 당한 사람들이나 감옥에서 오랫동안 보낸 사람들에게는 격세지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만나자고 하신 일은?”

    “이춘식 선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어서요.”

    “무슨 이야기를요?”

    “내일 발인이 아닙니까?”

    “예.”

    “이춘식 회장의 재산을 누가 상속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저야 모르죠. 그분도 재산을 가지고 있나요? 책만 좋아하는 분이라고 얘기를 들었는데… 사업도 윤 회장님께서 하시고요.”

    “실제로는 대부분 이춘식 선생 이름으로 되어 있어요. 윤 회장님이 그렇게 하셨지요.”

    “그래요?”

    “윤사월 회장님은 이춘식 선생을 진심으로 존경했어요. 윤 회장 같은 분을 부인으로 얻는 것은 복이죠.”

    “윤 회장 과거에 대해서도 아세요?”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걸인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춘식 선생과 윤사월 회장의 관계를 좋다고 생각하세요?”

    서경숙은 이춘식과 윤사월의 관계가 이해되지 않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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