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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무괴아심(無愧我心)- 이상권 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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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백, 두보와 함께 중국 3대 시성 (詩聖)으로 불리는 백거이가 고승인 도림선사를 찾았다.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법문을 청했다. 선사는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고 했다. 착하게 살라는 말에 백거이는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 아니냐”고 신통찮게 넘겼다. 도림선사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으나,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는 말로 백거이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오만과 통속적 지식의 부끄러움을 깨달은 백거이는 만년에 불교에 귀의했다.

    ▼쉽지 않지만, 애초 행동과 판단에 부끄러운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상책이다. 중국 명나라 개국공신으로 태조 주원장이 “나의 장자방”이라고 부를 정도의 지략가로 평가받는 유기(劉基)는 이를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 했다.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 언행을 바르게 하고 떳떳하게 해 부끄러울 것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경구로 인용된다. 홀로 있어도 스스로 삼가는 신독(愼獨)의 발현이다.

    ▼과거는 시공의 간극이 남긴 기억의 편린이다. 다수의 기억이 그렇듯 지난 시간은 아쉬움으로 점철한다. 미련은 부족함을 고백하는 시간의 나이테다. 옳지 못한 행동은 부끄러움을 수반한다. 염치는 도덕과 윤리적 의미를 내포한다. 인간이 금수와 구분되는 점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맹자는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인간 본질 가운데 하나로 봤다. 이는 의 (義)와 연결된다. 옳고 의로움은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선하고 올바른 삶은 인간 행위가 지향하는 근본 목표다. 실천 여부에 따라 사람 됨됨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도시화로 익명의 시대가 되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태가 보편화됐다. 부끄러움은 도덕과 양심에 충실한 행동의 바탕이다. 올해도 한 달 남았다. 얼마나 많은 부끄러움을 지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이다”고 했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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