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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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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25)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41

‘회장님이 피곤하겠구나’

  • 기사입력 : 2017-1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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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초당은 강진에 있다. 강진까지 가는 길은 좌우로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한국의 곡창이라고 불리는 호남이었다. 차창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산은 거의 없고 논밭이었다. 도시와 촌락도 평지에 있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라 기억조차 희미하네.’

    임준생이 운전을 했기 때문에 서경숙은 옆에 앉아서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전국일주에 참여했던 사촌들 중에 둘이나 죽었다. 한 사람은 친사촌 남자로 교통사고로 죽고, 다른 사람은 여자 이종사촌으로 암으로 죽었다.

    외사촌 이도형은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 일을 하고 있었다. 2~3년 전에 만났을 때 다시 한 번 전국일주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각자의 삶이 있어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국을 일주하던 때가 벌써 20년이 지난 것이다.

    강진에 도착하자 바람은 잦아들고 있었다. 빗줄기도 가늘어졌다.

    ‘많이 변했구나.’

    다산초당 아래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 마을이 모두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고, 음식점도 한옥으로 예쁘게 지어져 있었다. 마을은 평화롭고 고즈넉했다. 차를 주차시켜 놓고 임준생과 나란히 걸어 올라갔다. 다산초당까지 올라가는 길은 숲이 울창했다.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듯이 빽빽했다.

    ‘옛날에는 초가집이었는데….’

    다산초당 건물은 한옥으로 산중턱에 새로 지어져 있었다. 지붕이 기와고 벽도 깔끔했다. 어딘지 모르게 정약용이 살았던 집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이 산속에서 18년 동안이나 귀양살이를 했으니….”

    임준생이 차에서 내려 쓸쓸하게 말했다.

    “그래도 책을 많이 썼대요. 그래서 조선의 지식인이라고 부른다잖아요.”

    “음.”

    다산초당에서 옛사람의 정취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정약용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진에서 식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임준생이 피로를 느꼈기 때문에 예산군 덕산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덕산에 온천지대가 있었다.

    ‘회장님이 피곤하겠구나.’

    임준생은 하루 종일 운전을 했다. 서경숙은 마사지까지 받고 피로를 풀었다. 남탕에 연락하여 임준생도 마사지를 받게 했다. 온천을 하고 나오자 몸이 개운했다. 임준생은 이미 온천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자들은 목욕이든지 온천이든지 한 시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마사지는 받았어요?”

    “받았어. 경숙씨는….”

    “저도 받았어요. 온천물이 정말 효과가 있나요? 온천을 하면 정말 개운해요.”

    “아무래도 효과가 있겠지. 수안보 온천과 대전의 유성 온천은 옛날부터 유명했잖아? 예산에서 국수나 먹고 올라갈까?”

    임준생이 운전을 하면서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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