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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젠트리피케이션- 김희진 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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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馬)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이 있다. 새로운 문물 등 온갖 것이 집중돼 있는 서울로 가는 게 사람에게 이로울 거라는 말이다. 1960년대 말 농업경제 중심이던 우리나라에 산업화가 시작돼 공장이 들어서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서울까지는 못 가더라도 관공서나 병원, 문화·예술시설,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나가려고 애썼다. 이를 일컬어 ‘이촌향도(離村向都)’현상이라 했다.

    ▼일자리를 찾아, 풍요로운 삶을 찾아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는 노인만 남거나 텅 비어 갔고 도시는 과밀집됐다. 수요가 많으면 값은 오르는 법이니, 도시에는 아파트와 상가가 생기고 또 생겨도 모자랐고 집값과 생활물가는 천정부지 뛰었다. 비싼 의식주생활에 못 견딘 서민들은 싼 집과 덜 비싼 물가를 찾아 탈도시했다. 물가가 덜 비싼 새로운 도심으로 사람들이 몰리자 기존 도시는 급격히 쇠퇴해 구도심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졌다.

    ▼사람들이 떠난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환경·시설을 개선하고 상권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탈도시화로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 구도심의 대명사였던 창원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부림동 일대에도 수년간 많은 국·도·시비 등 사업비가 투입돼 마침내 상권이 회복될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현상)으로 상권이 채 살아나기도 전에 다시 쇠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치솟은 임대료는 창동·오동동·부림동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던 문화·예술인과 상인, 공무원, 지역민들이 수년간 쏟아부은 땀과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고, 꿈이 꺾인 몇몇은 이미 떠났거나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려 하자 창원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상생협력조례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시가 또 다른 지원을 하겠다는 거다. 지자체가 정책 수립, 예산 지원을 할 수 있지만 도시재생을 완성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지역 사람이 아닐까. 이 세상에는 눈앞의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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