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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만혼이 낳은 풍경- 이상규 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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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창원시와 진주시가 출산 장려를 위해 출산 장려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창원시는 출산장려금 지원 범위를 내년부터 첫째아로 확대하며, 진주시는 셋째아 이상 출산가정에 출산장려금을 지원해 오던 것을 내년부터 첫째아와 둘째아로 확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이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 부족과 높은 집값,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적 환경 등 복합적이다. 여기에 갈수록 늘고 있는 ‘만혼’(晩婚) 현상도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다. 필자가 결혼한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여자는 27세, 남자는 만 30세 전에 다수가 결혼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녀를 불문하고 30세 넘어 결혼하는 게 일반화됐다. 앞 세대로 가면 결혼 연령은 더 낮아진다. 통계를 보면 1950~1954년에 결혼한 여성 평균 연령인 19.1세이다. 2010~2015년에 결혼한 여성의 초혼 연령은 평균 29.4세로 60년 만에 결혼 연령은 10.3년 늦춰졌다.

    ▼부모 세대가 아이를 많이 낳던 시절, 한 가정에 평균 4명 이상의 아이가 있었다. 당시 부모님의 애 낳는 기간은 평균 9.2년으로 현재 우리나라 여성들이 평균 아이를 낳는 기간 2.2년보다 7년이 더 길다. 부모 세대가 아이를 많이 낳고 오랫동안 낳았지만 대개 40세가 되기 전 막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만혼의 영향으로 첫 아이를 낳을 때 부모 연령은 이미 30대 중반이 되고 둘째까지 가지면 40대에 가까워진다.

    ▼만혼화로 인한 또 다른 풍경은 어렵사리 결혼한 30대 초중반의 부부가 자녀 육아 시기에 늙고 병든 부모까지 돌봐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다. 소위 ‘더블케어’(이 용어는 요코하마국립대학 소마 나오코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라 불리는 이 현상은 출산연령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부작용이다. 특히 더블케어 부담을 안게 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다. ‘육아도 병간호도 여성의 역할’이라는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의 늪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소마 교수의 지적을 우리도 새겨들어야겠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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