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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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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타] 그들은 왜 겨울밤 노숙을 하며 패딩을 샀나?

  • 기사입력 : 2017-11-24 16: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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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3일 자정, 롯데백화점 창원점 영플라자 건물 앞은 100여 명의 한뎃잠을 자는 이들로 가득찼습니다.
    소형 텐트족부터 스티로폼·박스·비닐을 깔고 덮고 자는 사람, 담요로 몸을 싸매고 자는 사람도 있었죠.
     
    10대부터 70대까지, 이 많은 사람들이 살을 에는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노숙을 한 이유는 하나,
    한정판 '평창 롱패딩' 구매입니다. 새벽 1시 30분, 이미 판매되는 패딩 수량인 150명을 넘었습니다.
    이들은?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9시간을 추위와 사투하며 패딩을 왜 구하려고 할까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고령으로 보인 김순자(74·창원시 용호동) 할머니가 밤을 샌 이유는 모성애입니다.
    "서울에 사는 딸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줄을 섰어요. 딸이 걱정도 많이 했는데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수능 수험생 김지호(18·창원시 봉곡동) 양은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밤을 샜죠.
    "가성비 높은 평창 롱패딩이 꼭 갖고 싶어서 수능 끝나고 옷도 안 갈아입고 친구들하고 줄을 섰어요. 새벽 4시쯤 너무 추워서 포기하고도 싶었는데, 결국 옷을 사게 돼서 너무 기분 좋아요."
     
    군 입대를 앞둔 김지훈(19·창원시 사파동) 씨는 누나와의 거래를 위해 하룻밤을 희생했습니다.
    "큰 누나가 승무원인데, 평창 롱패딩을 사다주면 내년에 군대 면회를 오겠다고 약속해서 오후 6시부터 16시간 줄을 섰어요. 누나가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래요.(웃음)"
     
    그냥 갖고 싶어서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오후 3시부터 줄을 선 중년 여성도 있었습니다.
    "뉴스를 보니 옷도 예쁘고 기념도 될 것 같아서 꼭 가지고 싶었어요. 몇년 전 아파트 분양권 때문에 줄을 선 적은 있어도 옷을 사려고 줄을 서는 건 처음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입을려고 중학생 이현빈·조규형·정성원(도계중3) 군도 밤을 샜습니다.
    "창원에서 마지막 구매 기회인데, 마침 학교가 축제라서 친구들과 밤을 새게 됐어요."
     
    이 밖에도 사람들은 대부분 기념이 될 것 같아서 패딩을 구매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밤샘 추위에 손과 얼굴이 얼어붙어도 짜증을 내거나 화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밤새 서로의 옆 자리를 지킨 이들의 분위기는 마치 축제를 즐기는 것 마냥 화기애애했죠.
     
    혹자는 이렇게 말하겠죠.
    "이해하기 어렵다." "밤샐 일이 그렇게 없냐." "별로 안 예쁘던데..."
    그런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거리에서 추운 겨울밤을 지샐 정도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에겐 그냥 패딩이겠지만,
    이들에겐 그 패딩이 하룻밤을 즐겁게 불태울 열정이었을 것입니다.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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