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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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문화예술도시 창원, 문화적 과정에서 답을 찾자(1)

(1) 독일 우파 파브릭
사소한 것까지 의논… 토론과 실험이 만든 문화공동체

  • 기사입력 : 2017-11-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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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공업도시로 각인된 창원시가 새로운 도시의 이미지 변화를 통한 경제 창출과 도시의 동반 성장을 위해 ‘첨단·관광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창원시는 관광산업 육성에 있어 문화예술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 1일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을 선포했다. 이는 창원시민의 염원이 담긴, 창원시가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연 ‘문화예술특별시’란 어떤 도시일까? 창원시가 진정한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과정과 절차를 밟아야 할까? ‘문화도시’로 각광받는 세계의 유명 도시를 살펴보면서 창원시가 지금 문화도시로의 진입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시점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문화를 도시 발전 전략으로 선택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독일의 ‘우파 파브릭’·‘칼스루해 ZKM’, 스페인 ‘타바킬레라’·‘아테네우’ 등 4개 도시의 문화거점을 살펴보고 창원시가 문화도시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각각의 사례는 문화도시로 성공한 일방적인 답습이 아니라 이들 사업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필름현상소, 무기공장, 담배공장 등 버려진 공간이 세계의 문화거점도시로 새롭게 재탄생하기까지 이들이 고민한 흔적을 문화정책전문가인 창원시 김경화 정책관(문화예술행정학 박사)과 함께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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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우파 파브릭 전경.

    담쟁이 덩굴이 뒤덮은 붉은 건물과 우거진 숲 사이의 목가적인 풍경이 인상적인 독일 베를린 남쪽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우파 파브릭(UFA FABRIK)’. 1만8566㎡의 대지에 1~2층짜리 건물 7개 동이 배치돼 있는 이곳은 연간 20만~30만명이 찾는 베를린 명소지만, 그 명성에 걸맞은 화려한 볼거리와 건축물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파 파브릭은 전 세계의 문화·생태·공동체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5만명에 이르는 공연·전시 관람객들과 30여 개국과의 국제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파 파브릭은 1920년대 2차 세계대전 이전에 우니베르줌영화사(Universum Film Aktien Gesellschaft, UFA)의 촬영장소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생기면서 서베를린의 촬영소와 동베를린의 필름현상소로 나뉘게 됐고 양쪽이 공동작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 공간은 30년간 폐허처럼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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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이 우거진 카페 올레. 평일인데도 인근 많은 주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이 공간을 지금의 ‘우파 파브릭’으로 새롭게 재창조한 것은 서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징집을 피해 온 예술가들이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삶, 삶과 노동이 분리되지 않는 지속적인 생태적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했다.

    이들은 버려진 공간을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문화와 생태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살려냈다. 불법 점령으로 베를린 시와 마찰은 있었지만, 1978년 3개월간 진행된 ‘공장문화페스티벌’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예술가, 건축가, 주민들이 이곳에 유입됐다. 이는 초기 30여명의 가족이 거주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계기가 됐는데 이들이 선택한 접근방식은 근대 이전 공동체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이들은 ‘8년 동안 개인자산을 갖지 말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마을을 직접 손보거나 공동체의 각종 시스템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 유기농 먹거리의 고민은 현재 베를린 전역으로 공급되는 유기농빵집이 탄생되는 계기가 됐으며, 운영을 위한 재원 조성의 고민은 연간 예약이 꽉 찬 게스트하우스와 인근 주민은 물론 베를린 전역에서 찾는 유기농 레스토랑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우파 파브릭 인터내셔널 문화센터의 프리돌린 힌데(Fridolin Hinde) 소장은 “베를린 주정부는 1980년대 중반까지 6개월~1년 단위로 부지 운영에 대한 계약을 해 여기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생활이나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1986년 주정부가 35년 동안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장기임대 (1989~2024년)를 허락하면서 장기적인 계획 속에 현재와 같은 모습의 공간과 문화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고 말한다.

    우파 파브릭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많은 성과를 이뤄내는 데 주목받는 몇 가지 문화적인 과정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첫째, 협의가 바탕이 되는 민·관 협력체제를 꼽을 수 있다. 주정부가 부지 및 건물을 우파 파브릭 협의체에 임대를 하며, 예술가지역 주민에게 리노베이션을 포함한 공연 사용권한을 위임하면서, 스스로 운영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주도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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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 파브릭 자유학교.



    둘째, 모든 의사결정을 대화를 통해 협의를 이뤄낸다는 것이다. 우파 파브릭에는 공동체자립센터(NUSZ), 국제문화센터(IKC), 자유학교 (die Freie Schule), 게스트하우스 등 총 7개의 대표적인 사업이 존재하고, 각각 사업장의 소장(리더)을 중심으로 운영협의체가 구성돼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모든 우파 파브릭의 운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데 공식적인 일정부터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거듭하면서 30년 동안 민주적인 토론의 기틀을 마련해 왔다.

    이 공동체는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부터 문화사업과 같이 가치 중심의 사업을 명확히 구분해 각각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의 또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나무들이 우거진 카페 올레 야외테이블에는 평일인데도 인근 많은 주민들의 가족모임 장소가 되어 맥주와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고, 공연장에는 동호인들의 음악파티를 위한 대관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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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파 파브릭의 30여명의 거주자들이 생활하는 곳.



    공동체자립센터 갤러리에서는 전시 준비가 한창이다. 화가 카타리나 이본 캄마이어(28)씨에게 우파 파브릭의 의미를 묻자 그녀는 “베를린 문화의 중심지인 우파 파브릭에서 전시를 갖는 것은 대단한 작업으로 많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갖기 원한다. 여기서 전시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치는 예술가뿐만 아니다. 30년째 우파 파브릭을 찾고 있는 에릭타 파르트(78)씨는 “우파 파브릭은 아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즐기고 쉴 수 있는 휴양지 같은 장소이다”며 “특히 6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서커스공연은 이곳을 돋보이게 하는 멋진 공연이다”고 한껏 자랑을 한다.

    우파 파브릭의 공동체자립센터(NUSZ)는 이웃과 자가 도우미 센터로서 사회, 보건, 가정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면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커뮤니티와 다른 지역들을 위한 정기적인 마켓과 축제도 진행한다. 국제문화센터에서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예술축제, 센터 내 프로덕션, 댄스·월드뮤직, 아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주민과 주민,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주민이 서로 교류하고 있다. 이처럼 우파 파브릭의 모든 활동은 지역주민과 연계활동이 활발한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인 과정에 다시 한 번 주목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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