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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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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획] 지진관련 보험상품 ‘있으나 마나’

보험의 배신 … 와르르, 억장이 무너졌다
건물·자동차 파손 등 물적 피해는 보상 어려워
화재보험 있어도 ‘지진특약’ 안들면 보상 못받아

  • 기사입력 : 2017-11-2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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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9월 경주에 이어 최근 포항에서도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특히 지진으로 입은 각종 피해는 고스란히 지진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남는 상황. 때문에 지진 관련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취급하고 있는 지진 관련 보험상품의 내용과 한계를 점검해 보고 지진 관련 상품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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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증하는 문의

    지난 17일 포항 지진 이후 각 보험사에는 지진 관련 보험상품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주와 포항 인근 지역에는 문의뿐 아니라 가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생활정보 커뮤니티에도 ‘지진 보험상품 설계 가능’, ‘지진 보험 문의 가능’, ‘지진 보험 최저가격으로 준비하기’ 등 보험 설계사들이 작성한 광고성 포스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도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지진 관련 상품 문의는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포항 지진 이후 하루에 4~5건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화재보험이나 실비보험에 지진과 관련해서 인적·물적 피해 보상 규정을 따져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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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포항 강진 때의 모습. 포항 곳곳에서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지만 지진으로 인한 물적 피해는 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다./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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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포항 강진 때의 모습. 포항 곳곳에서 건물과 차량이 파손됐지만 지진으로 인한 물적 피해는 보험 적용을 받기 어렵다./경남신문DB/

    ▲어떤 상품 있나

    인적 피해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로 분류돼 질병·상해보험·실손의료보험 등 일반적인 보험상품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사망했을 경우 사망보험도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건물이나 자동차 등 물적 피해를 보장하는 상품은 많지 않다. 풍수해보험, 화재보험 지진담보 특약, 재물종합보험 등이 그나마 지진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분류된다.

    풍수해보험은 태풍이나 홍수, 지진 피해에 대한 보험료를 정부가 일정 부분 보조해주는 정책성 보험이다. 그나마 자연재해를 다룬 상품 중 ‘지진’을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한 상품이다.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보험료의 55~92%를 정부가 지원한다. 하지만 농민과 어민 등 주로 가입하는 직군이 제한적이어서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 주민에게 권유해 가입하는 단체상품으로 대부분 운용되고 있다. 이 상품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등 5개사에서 판매 중이다.

    화재보험의 지진담보특약도 지진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특약 가입률은 저조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화재보험 47만4262건 중 지진 특약 가입은 2893건으로 가입률이 0.6%에 그쳤다. 또 특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보상범위와 규모에 대한 세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상품에는 ‘풍수해’의 범위에 지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어 가입 시 확인이 필요하다.

    재산종합보험도 자연재해를 포괄적으로 담보하기 때문에 지진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다만 기업이나 대형 공장이 가입하는 보험이라 개인이 가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저조한 가입률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지진 피해 관련 보험의 총가입 금액은 2987조원이었다. 그러나 이 중 98%(2917조원)가 기업이 가입하는 재물종합보험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중 보험이 지진 피해를 보장해주는 비중을 나타내는 ‘침투율’도 전국 평균이 0.06%에 불과하다. 즉 일반 가정이 지진 피해 관련 상품을 가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사실상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풍수해 피해를 당할 확률이 낮다 보니 가입 유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입률이 낮다 보니 실제 지난해 9월 경주지진 이후에도 실제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가 부담한 손실액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역시나 최근 포항 지진에서도 시민들이 가입한 화재보험과 기업이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지진의 규모와 손실액을 고려하면 보험금 청구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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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화된 보험상품 개발 필요

    실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보험 상품들이 ‘안전을 도모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진보험을 의무보험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 보상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보험사가 판매를 꺼릴 수 있는 만큼 정책성 보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주 지진 이후 지진에 특화된 보험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각종 보험 관련 세미나와 포럼에서 제기됐고, 그러한 주장이 점차 주목을 받으면서 지진 특화 보험상품 개발도 이전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포항 지진 이후 “올해 안에 보험회사들과 지진 보험상품의 보험료와 보험금을 확정해 내년 상반기부터 소비자에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풀어야 할 과제들

    하지만 지진특화 상품 개발과 운용에도 걸림돌은 있다.먼저 보험사들이 지진 보험상품 출시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진은 여타 풍수해에 비해 발생 빈도는 현저히 낮지만 대형으로 발생할 경우 보상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지진 피해에 관한 통계가 부족해 위험률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지진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에 대해서는 요율을 달리 책정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작년의 경우 일부 보험사는 지진이 발생했던 경주시를 비롯한 경상권 지역에 대해 지진관련 보험 가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아울러 상품 가치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아직 풀지 못했다. 상품을 출시했을 때 가입자가 얼마나 늘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

    도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진 관련 상품 수요가 늘어나려면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상품성을 담보하면서 안전이라는 공익성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일본이나 미국 등 상대적으로 지진이나 풍수해가 잦은 국가의 보험체계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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