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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농업의 소중한 가치, 우리 모두의 손으로 지켜내자- 김석균(NH농협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7-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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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황금빛 들녘, 가족같이 지내던 마을 사람들. 비록 가난했지만 거제의 작은 섬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기억이다.

    그 시절 아름다운 산천과 정겨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심에는 농사가 있었다. 품앗이로 노동의 힘겨움을 나눴고, 풍성하진 않았지만 수확의 기쁨을 함께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이 땅의 아름다움과 그 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을 넉넉히 품어주던 농업이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농가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23.8%나 감소한 249만여명에 불과하고, 농업인의 나이는 평균 66.3세에 이르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고령화와 탈농촌으로 인한 농촌 폐가 문제는 이미 큰 골칫거리가 돼 있다.

    시대가 변하면 주력산업 또한 변하기 마련이다. 현재 수출을 이끌고 있는 IT, 자동차산업,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형 신산업이 성장해야 우리나라가 지속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농업은 육성할 필요가 없는 사양산업일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리나라 산업은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해 무역수지 등 눈에 보이는 경제적 가치에 중점을 두어왔다. 무형의 가치를 간과해온 것이다. 농업의 가치는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데 있다. 익히 얘기하는 식량 안보, 경관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수질정화와 같은 환경보전 기능, 수자원 확보 및 홍수방지, 지역사회 유지와 전통문화 계승까지. 국가의 유지와 균형발전에 이바지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이를 우리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라고 부른다. WTO, OECD 등에서는 이미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상세히 정의하고 인정해오고 있다. 또한, 스위스,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관한 정책적 목표를 헌법 등에 규정해 자연환경 보전, 안정적 식량 확보 등을 추구하고 있으며, 나아가 스위스의 경우 자연과 농촌경관의 보전으로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일찍이 윤봉길 의사는 ‘농민독본’에서 “조선이 상공업 나라로 변해 농업이 그 자취를 잃을지라도 농업이라는 인류 생명창고의 열쇠는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다”라며 농업의 소중함을 역설했는데, 급격한 산업화 속에서 우리는 그 소중함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감히 생각한다.

    실제 도내 농가 70%의 농축산물 판매금액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4%로 OECD국가 중 최하위라고 하니 농업·농촌의 위기가 아니라 존폐, 나아가 국가 식량안보에 있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헌법 개정이 30년 만에 논의되고 있다. 중국 사기(史記)에 보면 시불재래 (時不再來)라는 말이 있다. 때는 다시 오지 않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단순히 농업이라는 산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와 우리의 후손을 위해 이번 헌법 개정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지금 농축협,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등에서 농업가치 헌법반영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협뿐만 아니라 유관 단체에서도 그 뜻에 공감하여 적극 동참하고 있다. 부디 많은 국민들이 함께하여 대한민국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김석균 (NH농협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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