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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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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18)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34

“늙으면 죽는 거지 별 수 있나?”

  • 기사입력 : 2017-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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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에서 갤러리까지는 한 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홍인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유쾌한 사람이었다.

    서경숙이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자 윤시월의 수행비서 이인철의 문자가 와 있었다. 윤사월의 남편 이춘식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였다.

    ‘이제는 부고를 문자로 보내는구나.’

    서경숙은 문상을 가기 위해 검은색 투피스로 정장을 했다. 빈소는 강남에 있는 대학병원 장례식장이었다.

    서경숙은 조의금을 마련해 갖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장례식장에는 이미 많은 문상객들이 와 있었다.

    빈소는 윤사월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행비서 이인철이 지키고 있었다. 향을 피우고 절을 한 뒤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많이 상심되시죠? 두 분이 정이 두터웠다고 하던데….”

    윤사월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있었다.

    “늙으면 죽는 거지 별 수 있나?”

    윤사월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윤사월이 현금 동원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재계와 정계의 거물들이 찾아왔다. 국회의원 중에는 서경숙도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진영숙이 자기네 집이라도 되는 양 문상객들에게 음식을 나르고 인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진 회장이 웬일입니까?”

    “모르셨어요? 제가 수양딸이잖아요.”

    “그랬어요?”

    사람들이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질을 하면서 웅성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 여사, 식사라도 하고 가요.”

    진영숙이 서경숙의 손을 잡았다. 진영숙은 상가집인데 불구하고 서경숙에게 술을 권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천에서 서경숙을 팽개치고 돌아온 것은 기억에도 없는 것 같았다.

    밤이 늦어지자 문상객들의 발길이 끊어졌다.

    이인철은 때때로 진영숙에게 와서 귓속말을 하고는 했다.

    “이상하네. 윤사월은 진영숙이 수양딸이 아니라고 했는데….”

    서경숙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려고 하는데 임준생이 문상을 오는 것이 보였다.

    “어머, 회장님!”

    “어 우리 서 이사.”

    임준생이 반가워했다. 서경숙도 임준생이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벌써 돌아가려는 거야?”

    “회장님이 오셨으니 천천히 가야죠.”

    “무교동에서 소주 한 잔 할까?”

    “좋아요.”

    무교동에는 임준생의 호텔이 있었다.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마시고 호텔로 갈 수 있다.

    “한 3, 40분 걸릴 것 같은데….”

    임준생이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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