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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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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군락에 철새 앉을 곳 없는 주남저수지

“철새 수십마리 돌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
탐조대 앞 빼곡히 들어선 연꽃군락… 앉을 자리 없어 큰고니 등 안보여
환경단체 “군락 더 커지면 철새 안와”

  • 기사입력 : 2017-11-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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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제도 수십 마리가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열댓 바퀴를 돌다가 딴 데로 날아갔습니다.”

    철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십수년 간 주남저수지를 찾고 있다는 한 사진가는 이날 철새들이 저수지에 내려앉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6일 오전 6시 30분께 창원 주남저수지 탐조대 앞은 ‘새를 관찰하는 전망대’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치 겨울철새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창 잎이 떨어지고 있는 연꽃들이 저수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꽃은 바짝 말라 변색된 줄기만을 물밖으로 드러낸 상태였고, 줄기는 마치 철새의 접근을 경계하듯 꼬챙이처럼 뾰족하게 서 있었다. 이 때문에 촘촘한 연꽃군락 속을 오가는 새들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 몸집이 작은 오리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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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에서 큰고니가 연이 없는 곳에서 날아오르고 있다./김승권 기자/



    주남저수지 백양들 제방 위 쉼터공간에서 바라보니, 몸집이 큰 재두루미와 큰고니는 연꽃군락과 또 다른 군락 사이의 물길을 따라서만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는 주남저수지 중앙의 갈대섬 끝자락에 위치한 왕버드나무와 맞은편의 연꽃군락 사이 공간에서 수십 마리가 관찰됐다. 다른 무리는 연꽃군락이 적은 탐조대 반대편의 동읍 석산리 방면에 모여 있었다. 마찬가지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도 갈대섬과 연꽃군락 사이 좁은 공간에서 30여 마리가 아침을 맞고 있었다.

    장기간 주남저수지에서 철새 모니터링을 한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저수지 ‘밖’보다는 ‘안’이 삵 등 야생 포유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 철새들이 잠자리로 선호한다고 말한다. 실제 창원시가 주남 주변에 철새 먹이터로 마련한 송용들과 백양들은 탁 트인 육지로 대낮에 먹이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야간에 잠을 청하기에는 위험한다. 이 때문에 철새들은 오전 7시께 동이 트면 저수지 밖 먹이터로 이동했다가 오후 5시께 다시 저수지로 돌아오는 것이 지금까지 관찰된 일반적인 행동 패턴이다.

    그런데 지금 주남저수지는 수년 전부터 맹렬하게 확산하는 연꽃군락이 철새들의 안전한 잠자리를 상당 부분 잠식한 상태다. 지난 2009년 주남저수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연꽃군락은 2015년 저수지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더니 올해는 60%를 넘겼다. 이착륙을 위한 공간이 필요한 대형철새들은 밀집된 연꽃군락으로 내려앉을 수도, 군락에서 날아오를 수도 없다. 연꽃은 12월 말이면 대부분 시들어 버리지만, 10월부터 주남을 찾는 재두루미는 주변 논도 추수가 끝나지 않은 터여서 착륙공간을 찾지 못해 낙동강 하구로 날아가 버린다는 모니터링 결과도 있다.

    이에 연꽃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지면 철새가 주남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인근 동판·산남저수지에서도 연꽃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 주남을 대체할 공간마저 줄어드는 상황이다. 연뿌리나 줄기가 새의 먹이가 되거나 작은 새들이 맹금류로부터 자신의 몸을 지키는 은·엄폐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연꽃군락이 저수지 안에 적정 규모로 존재할 때 유의미하다는 반박이 뒤따른다.

    한편 창원시는 철새 서식 환경 및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는 연꽃 군락 제거를 위해 내년 예산을 대폭 증액키로 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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