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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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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운영비 사용부터 개선돼야”

‘고교 야구부 비리’ 대책 없나
체육계 “해당 학교만의 문제 아니다”
학부모 갹출한 회비 운영비로 쓰여

  • 기사입력 : 2017-11-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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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최근 창원지역 모 고교 야구부 감독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출전을 대가로 한 감독의 갑질과 지도자의 낮은 처우, 불투명하게 쓰여지는 학교운동부 운영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7면)

    선수 출전을 대가로 학부모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상으로 전달된 야구장비도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비리가 일부 학부모로부터 제기된 이후 해당 고교 야구부 감독은 의혹에 대해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 8일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학교 측이 지난 6일부터 선수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갔고, 도교육청의 별도 감사와 경찰 수사 의뢰도 임박한 상황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13일까지 학교 자체 진상조사에서 금품 요구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추가 조사를 거쳐 이르면 14일께 진상조사 결과를 도교육청에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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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만난 학부모와 체육계 관계자는 ‘이 학교 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의혹의 중심에 있는 야구부 감독만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출전 기록과 성적으로 상급학교로 진학해야 하는 입장에서 소위 ‘을’의 위치에 있고, 감독은 이를 빌미로 출전 등을 거론하며 뒷돈을 요구하는 갑질 사례가 숱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엘리트체육계 한 인사는 “집단 운동, 특히 축구·야구 구기 종목의 경우 학교 운동부에서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갹출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져 왔고, 학교와 동문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는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며 “문제는 이렇게 걷은 돈이 스카우트비나 장학금, 숙박비, 운영경비 등으로 쓰여지는데, 어디에 또 어떻게 쓰여지는지 알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한 고교 야구부 학부모도 기자와 만나 “경비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이를 문제 제기할 경우 내 자녀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봐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학교운동부의 경비는 학교회계로 처리하게 규정돼 있지만, 상당수 학교운동부는 지도자의 공식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부모 총무가 관리하면서 실제 경비 대부분은 감독 등 지도자의 식비 등 일체 경비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체육지도자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비리를 조장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내 전직 한 중·고교 야구부 감독은 “중·고교 야구부 코치의 경우 연봉이 채 3000만원 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계약직 신분으로 고용이 불안정하다”며 “각 학교별 관심 정도와 지원 수준에 따라 처우가 조금씩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매우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실적으로 실력 있는 코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주지 못하니 다른 곳에서 (돈을) 빼내야 할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에 따르면 각 교육청이나 체육회 등과 계약을 맺고 일선 학교에서 운동을 가르치는 코치는 전국적으로 6000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내에는 450여명이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이들의 급여는 월 160~200만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교육 당국은 이번 비리 의혹을 계기로 학교 운동부에 대한 전면 실태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운동부가 있는 도내 450개 전 학교를 대상으로 체육 지도자 임금 현황 및 지급 방식을 전수 조사하는 한편 모든 비용이 회계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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