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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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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12)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8

“불을 꺼요”

  • 기사입력 : 2017-1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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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도 장대한의 옆에 앉았다. 산 아래 마을이 호젓해 보였다. 해질녘이라 관광객들은 모두 산을 내려갔다.

    “전에도 온 적이 있어요?”

    “정선은 아름답잖아요? 강원랜드도 있고… 골프장도 있고… 민둥산만 보러 오지는 않아요. 억새는 개울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장대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눈은 서경숙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그의 눈이 가슴께에 머물자 서경숙은 몸이 더워져왔다.

    “해마다 느낌이 다르죠?”

    “달라요.”

    서경숙은 장대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장대한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어요. 해도 짧아 졌고….”

    “가을이 사람 마음을 그리움에 젖게 하지요.”

    바람이 일고 있었다. 철로로 열차가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해가 완전히 기울지 않았는데도 달이 떠있는 것이 보였다. 상현달로 반달이었다.

    “가곡 ‘기다리는 마음’을 알아요?”

    “알아요.”

    장대한이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장대한의 목소리는 낮은 저음이었으나 부드러웠다. 서경숙도 장대한을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은 오지 않고

    빨래소리 물레소리에 눈물 흘렸네.



    ‘기다리는 마음’이란 제목의 가곡은 ‘비목’을 작곡한 장일남의 작품이다. 60년대에 크게 유행한 일이 있었다.

    장대한과 함께 억새밭에 앉아 있는 것은 즐거웠다. 억새밭에서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마을로 내려왔다. 마을로 내려오자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졌다. 정선읍에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호텔로 올라갔다. 호텔의 창으로 밖을 내다보자 사방이 산이고 반달이 높이 떠 있었다.

    창문을 열자 산냄새가 스며 들어왔다.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술기운에 취해 눈을 감고 있는데 장대한이 그녀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서경숙은 두 팔을 벌렸다. 장대한이 옷을 벗고 그녀에게 엎드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얹혀졌다.

    “불을 꺼요.”

    서경숙이 장대한에게 속삭였다. 장대한이 불을 끌 때 서경숙은 옷을 벗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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