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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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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이사 갈 수밖에 없는 집

  • 기사입력 : 2017-11-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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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도임당리김씨고택(淸道林塘里金氏故宅)은 조선시대 궁중 내시로 봉직한 김일준(金馹俊·1863~1945)이 조선 말기 정3품 통정대부(내시 품계 중 두 번째로 높은 벼슬)의 관직까지 지내다 만년에 낙향해 여생을 마친 곳이다. 청도 임당리는 1592년 임진왜란 이전부터 400년간 16대에 걸쳐 내시가계(內侍家系)가 이어져 왔다. 청도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지속된 김일준가는 서울·경기가 아닌 지방에 거주했던 내시 가문 중에 현재까지 실체를 확인한 최초의 내시가문이다. 김일준은 내시 가문 시조로부터 16대째를 이어왔으며, 17대 광주김씨 김문선(1881~1953)부터는 다른 길을 걸었다.

    청도임당리김씨고택은 내시 종가(宗家)의 가옥이며, 건물 전체의 구조로 보아 19세기 건축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씨고택은 임금에 대한 충심과 아내에 대한 애정이 건축학적으로 잘 표현돼 있는 내시고택이다. 이 집의 특징은 안채의 출입을 잘 살필 수 있게 사랑채가 배치된 점과 안채와 안마당이 건물과 담장으로 완전히 폐쇄된 점, 사랑채는 남향이지만 안채는 북서향이며 재각(齋閣)은 서향이란 점 등이다. 사랑채와 안채, 그리고 재각은 지맥(地脈)의 흐름에 순행(順行·거스르지 아니하고 행함)하여 짓는 것이 일반적이나 재각만 주산(主山)을 뒤로하여 순행해 지었으며 사랑채와 안채는 그렇지 않다. 사랑채에서는 대문과 안채로 들어가는 중문이 훤히 보이도록 했으며 동선을 제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집의 형상이 사대부의 집과는 다르게 독특한 형상으로 돼 있으며 풍수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바람길’과 ‘물길’을 고려하는 면이 부족한 집이 돼버렸다.

    ‘풍수’를 고려한 묏자리와 건물은 생기(生氣)가 흐르는 곳으로서 실제 그러한 곳을 택함으로써 경사가 잇따르는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사주’ 또한 직업과 진로의 선택, 전공과목의 선택 등에서 ‘최선의 방법’을 결정할 때 참고하면 행운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벌게 된다면 벌도록 해준 사람들이 있을 것이므로 그 사람들에게 받은 은혜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갚아야만 자신과 후손들의 운이 좋아진다. 이를 일컬어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이라 한다. ‘운(運)을 좋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덕(德)을 쌓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풍수가 좋은 곳이거나 사주가 좋은 사람이라도 ‘선(善)’을 쌓지 않고 ‘덕(德)’을 베풀지 않는다면 종말은 결국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정 도로 파악의 중요성에 관한 사례로서 최근 새로운 도로가 공장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공장터보다 꽤 높은 곳에 생겨 진동과 소음, 공해로 인해 사장과 직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나빠지다 보니 생산성 및 품질 저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사업이 점점 쇠퇴해져 가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장을 지을 당시에는 도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소음공해가 없었는데, 최근 신설된 도로가 공장과 거의 접한 곳에 생길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신설도로와 접한 공장 마당에 5~7m 정도의 나무 또는 차폐물을 두어 진동, 소음, 공해로 인해 발생하는 ‘도로살’을 막았으며 지기(地氣)가 좋은 곳을 감정한 후, 그곳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또한 도로로 인한 진동과 땅속의 살기(흉파·凶破)를 줄이기 위해 좋은 흙을 덮었다.

    얼마 전, 감결(勘決·잘 조사해 결정함) 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팔 것을 종용한 전원주택이 있었다. 산등성이의 연결선상에 지은 집이었지만 앞마당이 거의 없고 집 뒤로 넓은 마당이 있었으며 대문은 뒤쪽 통풍형 담장의 중앙에 있었다. 집 앞마당은 전순(氈脣)이라 하여 넓으면 넓을수록 가계가 넉넉해진다. 대문이 집의 뒤쪽에 있으면서 바람이 통하는 담장은 계곡 바람을 직접 맞을 뿐만 아니라 집안에 음기를 차게 하므로 흉하다. 집안의 일부는 지기가 좋았으나 제일 중요한 부분인 거실과 안방의 기운이 흉했다. 사는 동안 피해를 적게 보도록 ‘비보의 방책’은 알려주었으나 집을 팔도록 권유할 수밖에 없는 주택이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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