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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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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11)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7

“가을에는 억새밭이 볼 만하죠”

  • 기사입력 : 2017-11-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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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그녀들의 미소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 젊은 여자들답게 옷차림도 따뜻하고 포근한 울 소재의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어떤 기획안이야?”

    “기획안은 두 개인데 제가 만든 건 주제가 ‘가을과 그리움’이에요.”

    “전 ‘가을, 옛사랑을 찾다’라는 주제로 마련했어요.”

    서경숙은 심은지와 전은희의 기획안을 검토했다. 심은지와 전은희는 확실히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그녀들의 기획안은 제목부터 로맨틱했다. 서경숙은 그녀들의 기획을 모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장대한으로부터 데이트를 하자는 전화가 온 것은 갤러리에서 대추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전화를 했구나.’

    서경숙은 가슴이 설레었다. 장대한을 만나러 광화문으로 갔다.

    “어떻게 지내요?”

    호텔의 커피숍으로 들어가자 장대한이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회장님은요?”

    서경숙은 장대한의 손을 잡으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유커랜드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나요?”

    “한창 진행중입니다. 우리 민둥산에 갈래요?”

    “정선의 민둥산이요? 억새 보러요?”

    가을이 되면 곳곳에서 억새 축제가 열린다. 정선 민둥산의 억새밭도 가을만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가을에는 억새밭이 볼 만하죠.”

    “네. 좋아요.”

    서경숙은 장대한과 함께 정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선이 서울에서 멀기 때문에 해질녘에야 도착할 것이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자 산과 들에 가을색이 완연했다.

    “윤사월이라고 아세요?”

    “알지요. 직접적인 거래는 하지 않았지만 명동 큰손으로 유명하니까요.”

    “성격은 어때요?”

    “괴팍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라는 말을 들었어요.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요. 진영숙은요?”

    “조원그룹?”

    “네.”

    “연예인과 스캔들이 있는 여자인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선 민둥산까지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산 하나가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인데 억새만 가득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억새가 하얗게 나부껴 장관을 이루었다. 서경숙은 장대한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산등성이라 바람이 거칠었다. 바람에 치맛자락이 날렸다.

    “민둥산 억새밭은 언제 봐도 좋군.”

    장대한이 풀숲에 앉았다. 해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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