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거부의 길] (1209)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5

“우리 영감님이 책을 아주 좋아해”

  • 기사입력 : 2017-11-07 07:00:00
  •   
  • 메인이미지


    윤사월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제 그들은 인생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인생을 정리할지 알 수 없었다. 이춘식은 윤사월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병을 앓고 있었다. 며칠 전에 병원에 입원하여 중환자실에 있다고 했다. 이춘식이 중환자실에 있어서 윤사월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재산을 어떻게 할까?’

    윤사월 부부는 수천억대의 재산을 갖고 있었다. 자식이 없으니 재산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악착같이 인생을 살고 있다. 윤사월 부부도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윤사월은 최악의 삶을 살았으나 이춘식을 만난 뒤에 부를 누리게 되었다. 자식이 없기 때문에 많은 재산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튿날 갤러리에 나가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윤사월에게서 전화가 왔다.

    “점심이나 같이 먹지.”

    윤사월의 말은 건조했다. 서경숙은 윤사월을 만나러 청계산으로 갔다. 그녀는 윤사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였다. 윤사월은 청계산 골짜기에 있는 한정식 집에서 서경숙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영감님이 책을 아주 좋아해.”

    식사가 오기 전에 차가 먼저 나왔다. 윤사월이 차를 마시면서 서경숙에게 말했다. 서경숙은 대꾸하지 않았다. 윤사월은 선문답을 하듯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평생을 책을 읽으면서 보냈지. 서 여사도 책을 좋아하나?”

    “최근에는 많이 읽지 못했어요.”

    “영감님은 책을 읽은 뒤에 나에게 책 이야기를 해주셨어. 책 읽어주는 남자인 셈이었지. 나한테 평생 책을 읽어주신 거야. 나는 영감님에게 커피를 타드리고… 나는 우리 영감님이 책을 읽고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좋아했지.”

    서경숙은 인삼차를 천천히 마셨다.

    “경치가 참 좋지? 산은 여자가 좋아하고 바다는 남자가 좋아한다더군.”

    서경숙은 윤사월이 서론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진영숙이가 내 땅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했었지?”

    “네. 진영숙이 왜 그런 짓을 할까요?”

    “진영숙이 정치권과 가깝게 지내는 게 문제야. 선거자금도 막대하게 냈을 거야.”

    “그렇다고 회장님을 공격할까요?”

    “나한테 감정이 있어.”

    “무슨 감정이요?”

    “전에 나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빌려주었거든.”

    진영숙이 그런 일로 윤사월과 싸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진영숙이가 나를 협박하니 나도 협박해야지.”

    “회장님, 약점은 뭐예요?”

    “내 약점? 많지. 사채… 고리대금… 세금포탈…….”

    윤사월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