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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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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3) 폐가전의 두 얼굴

버리면 환경 오염, 활용 땐 자원 보고

  • 기사입력 : 2017-11-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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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TV, 냉장고 등 세계 가전제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폐가전제품 재활용률은 EU 평균의 약 43%에 불과하다. 수명이 다해 언젠가는 버려야 하는 전자제품. 그냥 버리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무심코 버려지는 폐가전은 각종 유해물질 방출 등 쓰레기에 머물지 않고 환경 파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활용할 경우에는 환경보호는 물론 자원 낭비를 막는 경제적 효과도 가져온다. 폐가전, 즉 전자쓰레기는 두 얼굴을 가졌다. 어떻게 배출하느냐에 따라 환경의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자원의 재활용을 위한 도시광산이 되기도 한다.

    ◆전자쓰레기의 유해성= 무심코 버려지는 전자제품은 단지 쓰레기가 되어 자원이 낭비되는 것뿐만 아니다. 우리의 건강, 환경과도 직결되어 있다. 각종 전자제품은 에폭시수지, 섬유유리, PCB(폴리염화 바이페닐), PVC, 열경화성 플라스틱, 납, 주석, 구리, 규소, 베릴륨, 탄소, 철, 알루미늄 등으로 이뤄지며, 카드뮴, 수은, 탈륨도 포함돼 있다. 또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서 납과 주석이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질들이 일반쓰레기와 섞여 처리될 때 우리 몸의 정상적인 대사를 파괴시키는 유해물질을 뿜어낸다는 것이다. 전자제품을 일반쓰레기와 섞어 버리거나, 함부로 폐기하게 되면 인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전자쓰레기를 소각해 배출하게 될 때 나오는 유해물질의 특징은 잔류성이라는 데 있다. 먹이사슬을 통한 생태계 파괴, 즉 환경 파괴로 이어진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거의 모든 생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간과 갑상선, 신경계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체에 농축돼 결국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중금속 등이 포함된 폐가전은 처리도 까다롭다. 때문에 잘못 폐기할 경우 토양·수질·대기 오염도 발생한다. 우리가 폐가전을 함부로 버려선 안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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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칠서리사이클링 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폐가전의 기판 등을 제거하고 있다./창원시/



    ◆폐가전은 도시광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전자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원은 한정적이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데는 화석연료와 화학물질이 필요하다. 인듐, 주석산화물 등은 컴퓨터와 노트북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고 각종 현대 장비의 제조에 필수적인 인듐과 백금 같은 주요 원소들은 급격하게 고갈되고 있는 추세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자원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완전히 고갈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주요 전자제품 생산국가들은 전자 폐기물 활용에 적극적이다. 고갈되고 있는 자연의 자원을 활용하기에 앞서 폐가전에 포함된 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전자제품 주요 생산국인 일본은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액정이나 태양전지에 쓰이는 희귀 금속인 인듐은 세계 매장량의 35%가 일본의 전자제품 속에 들어 있을 정도이다.

    폐가전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의 보고, 도시광산이다. 도시광산은 단순히 쓰레기의 재활용이 아니라 폐전자제품에 포함된 금속을 순환이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전자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해 산업원료로 다시 활용하는 하나의 산업이다. 폐가전의 재활용산업은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익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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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군 칠서리사이클링 센터에서 폐가전서 뽑아낸 고철을 파쇄하고 있다.



    ◆창원시 폐가전 수거 선도적=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폐가전 재활용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3년 서울·대구 등 6개 광역시도에서 시범적으로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사업을 실시한 이후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도내에서는 창원시가 선도적인 실적을 보여 눈길을 끈다. 창원시는 권역별로 재활용품 선별장을 운영해 단독주택 및 상가지역의 재활용품을 수거해 하루 평균 70t의 재활용품을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폐가전제품 무상 방문수거 실적이 전국에서 최고의 지자체로 선정됐다. 2014년부터 시행한 창원시의 폐가전 무상방문 수거사업은 시행 첫해에 1만5737대를 수거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00% 늘어난 3만698대를 거둬들였다. 2016년에는 4만4471대 수거실적을 올렸으며 올해에만 9월까지 4만2571대의 실적을 보여 지난해 실적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폐가전 무상수거는 자원순환의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지만 폐기물 처리비 절감으로 시민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시민들은 무상 수거로 인해 배출 수수료(대당 5000~1만2000원)를 절감할 수 있다. 창원시의 폐가전 배출 수수료의 시민 부담 경감액은 매년 약 2억원이다. 창원시 환경위생과 방미선 자원재활용담당은 “폐가전제품을 집안까지 찾아가서 수거하는 시스템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운반하기 어려운 독거노인 등 1인가구에 특히 호응이 좋다”며 “회수된 폐가전으로부터 구리, 철, 알루미늄, 금, 은 등 다양한 금속자원을 회수해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수은, 납 등 중금속의 적정처리로 환경오염을 예방해 일석이조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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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폐가전 전담수거반이 집집마다 내놓은 폐가전을 수거하고 있다.



    ◆수거된 폐가전 어디로 가나= 수거된 폐가전은 어떻게 처리될까. 전국적으로는 권역별로 9개 지역에 폐가전을 처리하는 자동화 리사이클링센터가 있다. 창원시의 경우 수거된 폐가전제품을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을 통해 공공집하장에 적재한 후 함안군의 칠서리사이클링센터로 보낸다. 입고된 폐가전은 크게 전처리·파쇄·선별·처리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구리, 알루미늄 등은 철강업체에 매각돼 재활용되며 플라스틱류도 관련 업체에 매각돼 재활용된다. 폐우레탄과 폐스티로폼 등 잔재물은 폐기물로 처리된다.

    ◆폐가전 수거 어떻게 하나= 무상 방문수거의 핵심은 대형 폐가전제품 배출자의 불편 해소를 통해 무단투기를 막는 데 있다. 배출을 원하는 가정은 직접 콜센터(☏1599-0903)로 연락하거나 카카오톡(ID:weec) 등으로 예약 신청하면 된다. 신청이 접수되면 지역별 수거 일정 등을 검토한 후 방문일자를 신청자에게 직접 연락해 알려주고 전담수거반이 예약일자에 방문해 직접 운반한다. 모든 비용은 무료이다. 대상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 1m 이상의 모든 폐가전제품이며, 소형가전은 5대 이상이다. 길이 1m 이하 중소형 제품의 개별 수거는 인력과 차량운행에 소요되는 비용 때문에 5개 미만은 무상 수거 서비스 대상이 아니지만 이웃과 연계하는 등 대형제품을 수거할 때 수거 요청을 하면 함께 수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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