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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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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 혁신학교에서 경남 행복학교 길을 찾다 (5) 경남의 혁신학교- 행복학교, 새로운 학교문화를 바꾸다

입시·경쟁보다 아이들 꿈을 향한 교육 펼친다

  • 기사입력 : 2017-11-0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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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학교란= 지난 2009년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도입한 후 2010년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확산돼 현재 전국 13개 시도교육청에서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행복학교’, 광주시교육청은 ‘빛고을 학교’, 인천시교육청은 ‘행복배움학교’, 강원교육청은 ‘행복더하기 학교’, 충북교육청은 ‘행복씨앗학교’, 부산시교육청은 ‘다행복학교’, 제주시교육청은 ‘다혼디배움학교’, 서울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 세종, 전북, 경기교육청은 ‘혁신학교’로 부르고 있다. 시도교육청마다 혁신학교의 이름은 다르지만 민주적 공동체를 바탕으로 학생,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소통하며, 자발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입시와 경쟁보다는 진로와 전인교육, 협력으로 함께 배우는 교육을 내세우며 미래지향적인 공교육의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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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동광초등학교 학생들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면서 화덕을 만들고 있다./동광초/



    ◆경남의 행복학교= 경남교육청은 박종훈 교육감 취임 이후인 지난 2015년 ‘행복학교’란 이름으로 혁신학교제를 처음 도입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운영 기간은 4년이다. 도입 첫해인 2015년에는 초등학교 7개, 중학교 4개 등 11개교를 시작으로, 2016년 초등 6개, 중학교 2개, 고교 2개 등 10개교, 2017년 유치원 1개, 초등학교 9개, 중학교 6개, 고교 1개 등 17개교를 추가해 모두 38개교의 행복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경남 전체 학교의 3.8%에 해당한다. 경남교육청이 내세운 행복학교는 ‘교육공동체가 배움과 협력의 토대 위에 성찰, 소통, 공감을 지향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미래형 학교’이다. 이를 위해 △민주적 학교운영 △배움중심 교육과정 편성 운영 △전문적 학습공동체 구축 △소통과 배려의 공동체 학교 형성을 4대 추진과제로 내세웠다. 행복학교 정착을 위해 행복학교를 준비하는 단계인 행복맞이학교와 행복학교 동아리형, 행복학교 연구회 등을 100여 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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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 제황초등학교 학생이 지난 여름축제 때 물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제황초/



    ◆행복학교에는 북유럽 선진교육의 향기가 난다= 경남의 행복학교는 도입된 지 3년째다. 하지만 3년의 짧은 기간에도 작지만은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학교들이 있다. 교장을 정점으로 권위적이던 학교 분위기는 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수평적인 민주적 분위기로 전환돼 아침 등교 때마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서로 얼싸안는 즐거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서로의 영역을 공개하기 꺼리던 교사들도 공개수업은 물론 수업방법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학생자치활동이 활성화되고, 놀면서 배우는 수업방법의 변화와 미래의 다양한 직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프로젝트수업도 활발하다. 학부모들의 학교운영 참여도 활성화하면서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는 소통문화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경남 행복학교는 중고등학교 모두 감소세를 보여 행복학교 운영이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과 학부모와 교사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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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 제황초등학교 학생들이 아침 산책을 하면서 잡은 사슴벌레를 먹는 흉내를 내고 있다./제황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행복학교를 가면 핀란드나 덴마크 등 북유럽과 독일의 혁신학교에서 본 많은 장면들이 오버랩된다. 시험도 숙제도 없는 학교, 수업공간이 따로 없는 열린 수업, 교실에서 뛰어다니거나 드러누워서도 즐겁게 하는 기존 교과수업과 다양한 프로젝트와 체험활동, 자기 주도적이거나 협력 공부, 독서를 통한 토론의 일상화가 경남의 행복학교에서도 곳곳에 시행되고 있다. 북유럽이나 독일은 오래전부터 정부와 국민이 사회적 합의대로 복지와 교육 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온 만큼 ‘입시’라는 큰 틀에 매여 있는 우리나라와는 사회적, 문화적 토대가 달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북유럽 선진교육을 탐방하거나 이를 접한 행복학교 교사들이 선진교육의 배울 점을 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학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행복학교 상당수는 농어촌에 위치해 있거나 ‘입시’에서 자유로운 초·중학교에 밀집해 있다. 대부분 학부모들의 관심은 자녀들의 진학과 관련한 성적이 최우선이며, 이를 통한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 초등학교에서는 행복학교, 중·고등학교는 일반학교 진학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행복학교라고 해서 일반학교에 비해 더 많은 예산지원을 받는 것은 아니다. 행복학교 교직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없으며, 교사 발령도 일반학교와 똑같은 지원을 통해 이뤄지면서 근무를 원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혼재해 일사불란한 성과를 내는 데 어려움도 있다. 때문에 행복학교들 사이에도 교사들의 열의나 노력에 따라 편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산청군을 제외한 17개 시군에 행복학교가 있지만 지역 내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연계해 다닐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행복학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원하는 행복학교 중학교를 가기 위해 다른 시군으로 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수가 22곳(57.9%)인데 비해 중학교가 12곳(31.6%), 고등학교가 3곳(7.9%)으로 상급학교 수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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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구봉초등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 정하기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구봉초/



    ◆행복학교, 더디지만 가야 할 길= 행복학교 성과에 찬성하지 않는 쪽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또 진보교육감이 재선출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의 운영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전히 혁신학교에 대한 논란에는 어떻게 아이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초점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강하다. 그럼에도 행복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에 맞춘 진로나 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접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것은 미래형 공교육 모델로 박수받을 만하다.

    경남 행복학교 교사들은 ‘새로운 학교문화를 물들이다’는 표현으로 습자지에 먹물이 퍼져가듯 행복학교의 성과가 일반학교에도 천천히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을 한다. 사실 행복학교들의 실험과 변화는 작지만 오랫동안 강고하게 자리 잡은 교육계의 권위와 성적지상주의의 틀에서 보면 큰 변화를 주도하는 물꼬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교육청도 행복학교 정착에는 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학교에서만 교육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하에 지자체와 함께 행복교육지구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곽형준 경남교육청 행복학교 담당 장학사는 “행복학교를 지정해도 학교 내에서 민주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 평가나 보고서 제출 등 강제력은 전혀 없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더디게 가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다”면서 “앞으로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복교육지구를 확대해 행복학교 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김해가 협약했고, 내년에는 양산, 밀양, 남해로 확대할 예정이며, 향후 18개 시군까지 행복교육지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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