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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06)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2

“나도 임자 걱정을 많이 했소”

  • 기사입력 : 2017-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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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진은 정치인으로서 화려한 경력도 없고 사회적인 명성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러한 사람에게 정치자금을 주자는 이춘식의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 사람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잖아요? 한 번도 만난 일도 없고….”

    윤사월은 권성진에게 정치자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언젠가는 크게 도움이 될 사람이야.’

    이춘식은 윤사월이 돈을 어떻게 쓰든지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데 권성진에게만은 돈을 주자고 말한 것이다. 이춘식이 정치자금을 주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얼마나요?”

    “두 장이요.”

    “2000만원이요?”

    “2억원이요.”

    “그렇게 많이요?”

    “순수하게 정치자금이오.”

    이춘식은 2억원을 가방에 담아 직접 권성진에게 갖다가 주었다. 권성진은 국회의원이 된 뒤에 자금이 많이 부족하던 때였다. 이춘식이 돈을 갖다가 주자 너무나 고마워했다.

    권성진은 재선의원이 되면서 여당의 사무총장이 되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사무총장이 될 거라고 아셨어요?”

    “권성진은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야. 대통령의 집안이 어려운 시기에 권성진의 집에서 2년 동안 밥을 얻어먹고 다녔다고 했어.”

    이춘식이 미소를 지었다. 윤사월이 끌려가자 이춘식은 권성진을 찾아갔고, 권성진이 권력자를 움직여 윤사월을 석방시킨 것이다.

    “결국 영감님이 나를 또 구했군요. 저들에게 잡혀 있으면서도 영감님 생각만 했어요. 영감님이 진지는 드셨는지… 잠자리는 편안한지….”

    “나도 임자 걱정을 많이 했소.”

    윤사월을 고문한 사람은 상사 출신이었다. 그는 언론통폐합에도 가담하여 악명을 떨쳤다. 어르신에게 연예인들을 상납했다는 유언비어도 나돌았다.

    “W호텔에 도착하면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있어라. 절대로 불을 켜서는 안 된다.”

    한 번은 여자 연예인 아무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자 연예인은 W호텔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전화의 지시대로 불은 켜지 않았다. 호텔에서는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이내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옷을 벗고 침대로 올라와 아무개와 섹스를 했다. 불은 켜지 않았으나 남자가 어르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르신이 어떻게….’

    아무개는 어르신이 여자 연예인들을 상납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개가 복도로 나오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금일봉을 전해주었다.

    ‘더러운 인간들.’

    아무개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르신과 연예인에 대한 소문이 여의도 방송가에 파다하게 퍼졌다. 여자 연예인들 중에 호텔에 가서 어르신과 동침을 했다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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