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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촛불정신과 적폐청산- 이종구(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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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5·9 조기 대선으로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참석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촛불 정신’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는 “새 정부가 과거의 누적된 부정부패, 적폐를 하나씩 일소하면서 새로운 틀을 잡아가고 있다”면서 “이 위대한 역사를 쓸 기회를 준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촛불집회의 정신에 대해 나름대로 규정지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통합된 힘”이라면서 “촛불은 이념과 지역과 계층과 세대로 편을 가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과 여권은 지난해 말부터 ‘촛불혁명’이란 말을 자주 써왔다. 결과적으로 촛불을 동력으로 해서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탄생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적폐청산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과정이고, 국민을 편가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세계한상대회 참가자들과 가진 청와대 간담회에서도 새 정부는 국민의 힘으로 적폐청산을 힘차게 추진하고 있고, 적폐청산은 진영과 정파를 초월하는 보편적 목표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는 페이스북 글과 같이 적폐청산은 ‘정의와 국민통합’의 상징인 촛불집회의 연장선상에 있으니 야권을 비롯해 일각의 정치보복 운운은 맞지 않다는 말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적폐청산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것이고. 그 뜻은 정의롭고 통합된 나라를 만들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적폐청산 방향이 올바른지는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여권의 적폐청산에 대해 연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 한국당은 두 차례나 국정감사를 보이콧했고 이로 인해 앞으로 예산 국회도 제대로 열릴지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이는 여권으로부터 ‘적폐세력’ 또는 ‘국정농단세력’으로 불리는 그들이 억지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전 부처별로 가동되고 있는 적폐청산TF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만 정조준하고 있는 것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보수야권에 정치보복이라는 빌미만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또 현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향해 그토록 지적했던 ‘내로남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새 정부 집권초기 인사참사는 조기대선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했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 지명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의 자질 논란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차례의 인사참사를 겪고도 이 정도 수준의 인사밖에 지명하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은 물론 청와대와 여권의 비호성 해명은 전혀 상식 밖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조기 대선 얼마 후인 지난 6월 부국장급 이상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정부기관’으로의 파견근무 희망 여부를 조사한 사실 또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물론 ‘방송장악’이라는 명분으로 국회를 보이콧하는 한국당의 행태는 지적하고 싶지도 않다.

    촛불집회 1주년을 맞아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

    이종구 (정치부 서울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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