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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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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205)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21

‘정말 살아서 못 나가겠구나’

  • 기사입력 : 2017-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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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지하실이었다. 그들은 윤사월을 묶어 놓고 다짜고짜 몽둥이로 때렸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질문도 없었다. 그들이 말한 것은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한마디뿐이었다.

    ‘내가 여기서 죽으면 우리 영감님은 어떻게 해?’

    윤사월은 자신이 죽는 것보다 이춘식이 더 걱정이 되었다. 어쩌면 그도 끌려와 매를 맞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감님은 살려주세요.”

    윤사월은 사내들에게 애원했다.

    “그 영감은 아무것도 모르는 영감인데 걱정 마. 돈은 전부 할망구가 관리한다면서?”

    “예.”

    “할망구는 고리대금업에… 사채에… 악독한 짓은 다 했더군. 이게 사람이야? 짐승이나 다를 바 없잖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저는 무식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라는 대로 할 테니 살려주십시오.”

    사내들은 여자인 윤사월의 옷까지 벗기고 고문을 했다. 윤사월은 굴욕감에 피눈물을 흘렸다.

    ‘정말 살아서 못 나가겠구나.’

    윤사월은 비통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 대한 고문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녀를 시멘트 바닥에 처박아 놓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여러 날이 지나갔다. 윤사월은 축 늘어져 죽을 날만을 기다리게 되었다.

    “나갈 준비하시오.”

    여러 날이 지나자 양복을 입은 사내가 안가에 와서 말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죽을 때까지 말하지 마시오. 한마디라도 떠들고 다니면 그날로 죽게 될 것이오.”

    양복을 입은 사내가 윤사월에게 협박했다. 윤사월은 안가에서 끌려나와 승용차 트렁크에 태워졌다. 그리고 한밤중에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버려졌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대문을 두드렸다.

    “회장님.”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 이춘식도 달려와 그녀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윤사월은 며칠 만에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감님, 어떻게 된 거예요?”

    윤사월은 울면서 이춘식에게 물었다.

    “권성진 의원을 만났소.”

    이춘식이 조용히 말했다.

    “여당 의원이요?”

    “그렇소.”

    이춘식이 윤사월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오래전에 이춘식이 권성진에게 정치자금을 주자고 말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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